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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에서 영웅으로…이홍구 “야구 재밌네요”
입력 2015-04-29 22:17 
이홍구(오른쪽)가 29일 광주 한화전에서 6회 대타 만루홈런을 치며 KIA의 9-4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29일 KIA를 웃게 만든 건 ‘대타 이홍구였다. 그는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쳤다. 통산 3호 홈런이자 개인 첫 대타 만루홈런이다.
이홍구로선 단단히 별렀던 기회였다. 사흘 전 이홍구는 ‘역적이었다. 3-3으로 맞선 두산전 연장 12회 1사 1,3루서 유민상의 중견수 뜬공 후 송구를 못 잡으며 결승 실점을 내줬다. 그날의 실수가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그를 사흘 뒤 ‘영웅으로 만들었다.
광주 한화전에서 5-4로 쫓긴 6회 1사 만루에서 KIA는 대타 이홍구 카드를 꺼냈다. 이홍구는 유창식의 141km 속구를 쳐, 만루홈런으로 연결했다. 5-4에서 9-4가 되면서 승부는 일찌감치 기울었다.
이홍구는 솔직히 지난 두산 경기를 마치고 ‘죽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오늘 만루홈런이 위안이 된 것 같다. 선배들도 ‘너 때문에 울고 웃는다라고 하더라”라며 활짝 웃었다.
홈런을 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공을 배트에 맞히기를 바랐다. 희생타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공은 더 멀리 날아갔다.
이홍구는 공만 맞히려는 생각뿐이었다. 오늘 스윙이 올해 가장 좋았던 것 같다”라며 나카무라 코치님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조언하셨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홍구가 영웅이 된 건 이번이 두 번째. 지난 23일 롯데전에서도 끝내기 사구로 7-6 역전승을 이끌었다. 앞서 극적인 만루홈런을 때린 브렛 필에 스포트라이트가 더 집중됐지만. 이홍구는 주변에서 그때 나를 보고서 ‘웃겼다라고 했는데 난 매우 즐겁고 행복했다. 오늘은 그때보다 더 즐거운 것 같다”라고 기뻐했다.
이홍구는 KIA 포수의 세 번째 옵션이다. 차일목, 이성우가 그 앞에 서있다. 포수보다 대타로서 더욱 기회가 많은 게 사실. 하지만 이홍구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다. 많지 않은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마디를 더했다. 프로 입단했을 때 많이 부족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때는 재미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은 야구를 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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