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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자의 ‘수’와 현 제자의 ‘감’에 당한 야신
입력 2015-04-29 21:52  | 수정 2015-04-29 21:58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한화-KIA 경기에서 김성근 한화 감독이 팀이 4-9로 뒤진 8회말 수비를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MK스포츠(광주) 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4월의 마지막 3연전 가운데 빅 매치는 광주 한화-KIA로 꼽혔다. 팬층이 두껍고 핫 이슈를 일으키는 팀끼리 첫 맞대결이기도 했지만, 사제지간인 김성근 한화 감독과 김기태 KIA 감독의 첫 만남이기도 했다. 쌍방울에서 감독과 주장으로 인연을 맺었던 둘은 20년 뒤 지도자가 돼 야구장에서 다시 만났다.
스승은 사제지간이라고 하는데 어디를 가든 다 그렇지 않나”라면서도 김기태 감독과 덕담을 나누며 같은 지도자로서 예를 갖추기도 했다. 감회가 남달랐을 김성근 감독이다. 김기태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과 첫 대결이라)영광스럽다. 기대도 크다”라며 들뜬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웃고 떠들 시간은 많지 않았다. 경기 시작이 임박했다. 승부의 세계에 스승과 제자는 없다. 그 시간과 장소에서만큼은 승장과 패장만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첫 판은 ‘청출어람이었다. 김기태 감독의 KIA가 김성근 감독의 한화를 이겼다. 12승 12패로 5할 승률에 복귀했으며, 우천순연 뒤 전승 행진도 4경기로 이어갔다. 김성근 감독에 패배를 안긴 건 옛 제자의 ‘수와 현 제자들의 ‘감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하루 전날 경기가 우천순연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투수들이 하루 더 휴식을 취했으니 괜찮지만, 타자들이 감을 잃을까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 우려대로 타자들은 감이 좋지 않았다. 9안타 2홈런을 쳤으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터지지 않았다. 한화로선 1회가 결정적인 기회였다. KIA 선발 험버는 제구 난조를 보이며 볼만 던졌다. 1사 만루에서 최진행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기분 좋은 리드. 하지만 김회성과 정범모는 나란히 삼진 아웃. 대량 득점의 물꼬를 터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3회와 5회 김경언과 김회성의 1점 홈런으로 점수를 추가했다. 하지만 그게 다 였다. KIA의 4회 및 6회 같은 집중타는 없었다.

게다가 4회 대량 실점은 한화 수비의 ‘감 부족 탓도 있었다. 3루수가 아닌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송광민은 1사 1,2루에서 최희섭의 타구를 판단미스를 범해, 2루타로 만들어줬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었다. 이후 탈보트는 연속 3안타를 맞고서 강판됐다. 3-3의 균형을 깬 이성우의 왼쪽 펜스를 맞힌 타구에 대한 수비도 다소 미흡했다.
옛 제자와의 ‘수 싸움서도 한방 맞았다. 이 경기의 승부처는 6회였다. 한화는 4-5, 1점 차로 쫓아가다 6회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김성근 감독이 꺼낸 카드는 전날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유창식. 김기태 감독도 이홍구 대타 카드를 내밀었다.
사제의 대리전이었던 유창식과 이홍구의 대결서 승자는 타자였다. 이홍구는 유창식의 141km 속구를 때려, 왼쪽 펜스를 넘겼다. 그랜드슬램이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5-4에서 9-4가 됐다. 한화가 최근 매서운 뒷심을 발휘했다고 하나, 이 한방은 컸다. 더욱이 감을 잃은 한화 타선은 7,8,9회의 3번 공격 기회에서 1안타 1볼넷에 그쳤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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