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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스틸 앨리스’, 기억은 잃어도 ‘나’는 여전히 남는다
입력 2015-04-29 20:13 
단순히 알츠하이머의 고통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거기에 알츠하이머를 앓는 여성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하다.


[MBN스타 박정선 기자] 31개국에서 출간되어 2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한 ‘스틸 앨리스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중년 여성 앨리스(줄리안 무어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저명한 대학교수로서의 완벽한 삶을 살고 있던 앨리스는 초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완벽하던 앨리스의 일상에 작은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쉽게 하던 요리의 조리법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고, 늘 조깅을 하던 장소도 낯설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알츠하이머를 다룬 여러 영화들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분명 앨리스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가지만, 이를 ‘고통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것은 작품을 만들어 낸 계기에 있다. ‘스틸 앨리스의 공동 각본가이자 연출을 맡은 고(故)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루게릭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던 자신의 경험과 비슷한 소설을 접하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카메라 워크를 앨리스의 관점에서 진행해 보는 이들이 앨리스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게 했다. 마치 고인이 된 글랫저 감독이 자신이 느꼈던 답답한 심정을 영화에 세밀하게 녹여낸 듯한 느낌이다.

감독들의 연출의도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게 한 데에는 앨리스 역을 맡은 배우 줄리안 무어의 공이 크다. 그녀는 알츠하이머를 단계별로 표현해내는 것은 물론 영화 속의 인물인 앨리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몰입을 보인다.

서서히 기억과 함께 말을 잃어가고, 주변 인지를 하지 못하는 등의 행동 장애를 겪으며 두려움을 느끼는 과정, 그 속에서도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꿋꿋하게 삶에 맞서는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선보였다. 오는 30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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