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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JYP의 ‘식스틴’…왜 이리 순진한 척?
입력 2015-04-29 18:55  | 수정 2015-04-29 19:12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시티에서 열린 Mnet "식스틴" 제작발표회에서 박진영과 출연자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잔인하고 무섭다."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이처럼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Mnet이 손을 잡고 선보이는 '식스틴(Sixteen)'을 바라보는 그의 소감이다. '식스틴'은 JYP 신예 걸그룹 후보생 7명과 이들의 자리를 쟁취하려는 연습생 9명의 대결을 통해 데뷔 멤버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5월 5일 첫 방송된다.
기자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수지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럼 하지 말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덧붙는다. 도대체 이러한 식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언제까지 왜 계속 되어야 하는지 불만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슈퍼스타K'도 아니고, 일개 기획사의 신예 아이돌 데뷔 과정을 지켜보는 게 피곤하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호기심을 자극할 독특한 무엇이 있는가 들을 기회가 생겼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식스틴' 제작발표회 자리였다.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박진영, 최승준 CP, 김정범 PD가 참석한 가운데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미 Mnet은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다. YG와는 '후 이즈 넥스트' '믹스 앤 매치'를, 스타쉽과는 '노머시'를 진행했다. 그밖에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보이스코리아' 등까지 일일이 거론하기도 귀찮다. 차별화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박진영은 "SBS 'K팝스타'는 단순히 춤과 노래만 보면 되지만, '식스틴'은 다르다. 참가자들의 성격·가치관 등을 모두 관찰해 진짜 '롱 런' 할 수 있는 스타를 찾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유행하는 '관찰형 예능'과 일종의 다큐,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점을 잘 버무린 기획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진영은 또 "경쟁과 탈락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 마음이 다칠까 가장 걱정하고 있다"면서 "학부형을 한 분 한 분 만나 상의를 마쳤다. 성장하는데 좋은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 동의해 주신 분들에 한에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고도 전했다.
인성을 중요시 하는 박진영의 평소 경영철학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여느 대형기획사에 비해 JYP 소속 가수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논란에 휩싸인 점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타 방송사 비슷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데뷔 실패 후 목숨을 끊은 한 걸그룹 후보 멤버가 잊혀지지 않는다. 일부 극단적인 사례를 지나치게 대입할 필요는 없지만 우려된다.
박진영 역시 "일단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단 시간에 큰 돈을 벌 수도 있으나 가장 힘든 삶을 사는 게 성공했다가 실패한 연예인이다. 대중이 얼굴을 알아보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병폐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서 JYP는 실력보다 인성을 중요시 한다"는 게 그의 말인데, 그 자체가 다소 이율배반적이다.
물론 연예가뿐 아닌 대부분 사회에서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된다. 모두가 선택받아 성공할 순 없다. '서바이벌 오디션'의 묘미는 그러한 잔인한 승부 속 짜릿함에 있다. 여기에 스토리텔링이 더해지고 팬심(心)이 결합하면 데뷔 전 이미 그들의 유대관계는 끈끈해진다. 팬들 입장에서는 '내가 직접 뽑고 만든 스타'인 셈이니 애착이 크다.
박진영은 "프로그램을 하는 진짜 이유는 16명 중 누구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식스틴'을 통해 그들의 성격·문제 해결 능력·음악적 역량 등을 가려보고 싶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미 대중의 선호도를 크게 반영해 성공한 YG를 지켜본 JYP다. 이날 박진영은 "오디션의 원조는 JYP"라고 강조했지만 사족(蛇足)이다.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아주 기본적인 계산이 깔려있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방송사는 JYP의 재목을 활용해 광고 수익'을, JYP는 매스미디어의 힘을 공짜로 빌렸다. 연예 콘텐츠 유통에 있어 방송의 힘은 막강하다. 그들에게는 '윈윈'이다. 물론 시청자들 역시 그로 인해 즐겁다면 그만이다. 이러한 류의 프로그램 운명은 시청자에 달렸다. 쉽게 말해 '장사가 되니까' 파는 거다. 우리 너무 순진한 척 하진 말자.

fact@mk.co.kr /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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