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지분 50%` 박삼구회장 VS 채권단 줄다리기
입력 2015-04-29 17:27 
금호산업 인수전이 '금호아시아나 대 호반건설' 경쟁구도에서 '금호아시아나 대 채권단'의 힘 겨루기로 구도가 바뀌었다.
28일 채권단이 호반건설의 입찰가격이 기대치보다 낮다며 유찰을 결정하면서 앞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간 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채권단에 따르면 채권단 측은 다음달 7일 금호산업 전체 주주협의회를 열고 이번 공개 매각 유찰을 최종 확정지은 뒤 박삼구 회장과 개별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결국 가격에 대한 양측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가 매각 성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향후 협상은 채권단 보유 전체 지분(57.1%)이 아닌 지분 50%를 놓고 진행된다.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금호산업 지분 57.1%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50%+1주에 해당하는 5300억여 원에 회사를 되사올 수 있었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 57.1%(1943만4897주)를 주당 3만907원, 총 6007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채권단에선 금호그룹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된 액수만 3조원에 이르는 만큼 지분 57.1%를 최소한 8000억원은 받고 팔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7000억여 원을 제시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붙지 않은 액수"라며 "외부 기관이 산출한 회사 가치를 기준으로 매각하지 않는다면 향후 헐값 매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 측이 채권단 요구에 순순히 응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이후 박 회장이 금호산업에 2200억원의 사재까지 출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호 측이 호반건설 제시 가격(주당 3만907원·5300억원대)을 고수하며 채권단과 기싸움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격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일단 '공'이 박 회장 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해 양측 협상이 결렬될 경우 채권단이 박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란 강수를 둘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개 매각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인수 희망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주주협의회에서 채권단 운영위원회 유찰 결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 호반건설 입찰가에 지분을 팔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채권기관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5300억여 원에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다.
[이호승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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