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네팔 대지진…생물 대멸종 시그널?
입력 2015-04-29 16:54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네팔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진도 7.8의 강진은 이 나라의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최악의 경우 1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란 비극적 전망도 나온다. 태평양 건너 칠레 칼부코산에선 50년만의 화산폭발이 발생했다.
초대형 재난 재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과거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이 갑자기 멸종한 것처럼, 지금 지구 생물도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자들은 45억년 지구 역사를 특정 생물이나 지층 이름을 따서 구분한다. 백악기, 쥐라기, 캄브리아기 등이 그것이다. 300만 년 전 인류 조상이 지구에 출현했다. 농경을 시작한 지는 약 1만년 정도가 흘렀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인류가 출현 한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人類世)‘라고 부른다. 인류세는 아직 학계가 인정한 공식 명칭은 아니다. 언제부터 인류세가 시작됐다고 볼 것인가”를 두고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농경을 시작한 1만 년 전, 산업혁명이 시작된 1800년대, 원자폭탄이 터졌던 1945년을 인류세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1600년대 초반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인류세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제는, 인류세가 시작하자마자 생물의 대멸종‘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의 80~90%가 사라지는 대멸종은 과거에도 자주 발견된다. 학계에서는 지구에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4억4000만 년 전 발생한 대멸종 원인은 화산폭발설이 유력하다. 6600만 년 전 공룡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한 대멸종 원인은 소행성 충돌과 화산폭발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2억 6000만 년 전 현재 노르웨이 지역 화산폭발로 인한 대멸종이 한 번 더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영국 헐대 지구과학과 데이비드 본드 교수와 중국지질대학 등 공동연구진은 중국 어메이산‘ 지층을 관찰하던 중 2억 6000만년 전 번성했던 유공충(껍데기가 있는 생물)‘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거대한 화산폭발로 현무암이 인근 지역을 뒤덮었고 이산화황과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구 기후가 변했다”며 바닷물 산성화로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대부분 생물이 멸종했다”고 주장했다. 이 가설이 인정되면 지구에는 과거 총 여섯 번의 생물 대멸종이 발생했다.
인류세 이후 나타난 생물 대멸종 속도는 과거 그 어떤 대멸종 시기보다 빠르다. 인류 출현 전에는 포유류 한 종이 멸종하는데 평균 50만 년이 걸렸지만 인류가 등장한 이후엔 한 달에 한 종 꼴로 사라졌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은 과거 생물 대멸종은 100만년에 걸쳐 진행되는 등 속도가 느렸다”며 하지만 인류세 생물 대멸종은 이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로돌포 디르조 교수 연구진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500년 이후 320종의 척추동물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췄다. 남아있는 생물들은 인류를 제외하고 개체수가 25% 이상 급감하고 있다. 인류는 지난 35년간 두배나 증가했지만 딱정벌레, 나비, 거미, 지렁이 등 무척추동물 개체수는 45% 이상 급감했다.
원인이 뭘까. 예상했듯이 원인은 인류‘다. 인류가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확장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장은 신석기가 시작된 때부터 예수가 태어난 그 1만년 동안 많은 생물이 사라졌다”며 그 이유는 바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대멸종 시기 존재했던 최상위 포식자들은 항상 멸종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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