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대통령의 건강과 사면의 몸통, 어떤 게 더 셀까?
입력 2015-04-29 13:46  | 수정 2015-04-29 18:08
4.29 재보궐 선거의 막이 올랐습니다.

수도권 3곳과 광주 1곳을 포함해 모두 4곳에 불과한 재보궐 선거지만 여야는 사활을 건 전쟁을 벌였습니다.

레임덕이냐 아니냐를 가를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치러지는 선거이고,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첫 정면 승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기는 쪽이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고, 지는 쪽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됩니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인 셈입니다.

여권이 꺼내든 빅카드는 박근혜 대통령과 성완종 사면입니다.

그리고 야권이 꺼내든 빅카드는 박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성완종 리스트입니다.


오늘 아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인데요.

"의료진 관찰 아래 관저에서 안정 취하고 있고 생각보다 피로 누적이 심해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 좀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게 의료진의 의견이다."

과거 박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여권표는 뛰어난 결집력을 보여줬습니다.

2002년 차떼기 위기가 왔을 때도, 2004년 박 대통령이 면도칼 테러를 당했을 때도, 그리고 2012년 쇄신 위기에 직면했을 때가 그러합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렸을 때도 당시 대통령을 걱정하던 사람들은 대단한 표결집을 보여주며 열린우리당을 과반정당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성완종 리스트로 큰 위기를 맞은데다, 건강까지 안좋은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표가 이번에도 결집력을 보여줄까요?

여권이 꺼내든 두번째 빅카드는 성완종 사면입니다.

야당의 친박 게이트에 맞서 여권은 '성완종 사면'으로 맞불을 놓았고, 대체적으로 효과가 있었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입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서도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유감 표명보다는 사면에 대한 비중이 더 커보였습니다.

김성우 홍보수석의 대독 메시지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성우 / 청와대 홍보수석 (대통령 대독, 어제)
- "고 성완종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되었습니다. "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 (27일 긴급의총)
- "박 대통령 자신이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공정하고 추상같은 수사과정과 수사결과를 내놓을 때만이 박근혜 정권의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진심으로 충고합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정면 충돌은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고, 여기에 김무성 대표까지 가세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4월28일)
-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또 자신이 수혜자인 최고 측근 실세들의 불법 정치 자금, 불법 경선 자금, 그리고 불법 대선 자금 수수에 관해서 분명하게 사과해야 마땅하고..."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4월28일)
- "(문재인 대표가) 4대 0으로 질 것이 너무 두려워서 조금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아니, 사과하라고 요구할 때는 언제고 또 사과형태의 말을 하니까 그렇게 비판을 한다면, 정치하기 참 어렵네요."

여야의 빅카드가 정면 충돌했고, 급기야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문제로까지 불이 번졌습니다.

열린우리당 압승을 가져온 계기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시 선거법 위반 논란이 도화선이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얘기를 들어보죠.

▶ 인터뷰 : 노무현 / 전 대통령(2004년2월24일)
-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에 표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정말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이 선거중립을 위반한 걸까요?

아니면 박 대통령의 사면 발언이 더 위험한 발언이었을까요?

재보궐 선거판이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뀐 듯 보입니다.

▶ 인터뷰 : 심재철 / 새누리당 의원
- "성완종 전 회장이 2005년과 2007년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통이라는 것이냐. 아니면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때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대표가 몸통이라는 것이냐”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당(열 린우리당)이 선거에서 잘됐으면 좋겠다 이 말 한마디로 탄 핵을 당했다. 어제 박 대통령의 발언과 노 전 대통령 의 발언을 비교해보자. 누가 더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위반 했다고 국민들이 생각할 것인가."

박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논란과 성완종 사면의 몸통, 오늘 표심은 어느 쪽으로 더 기울까요?

사활을 건 승부수가 던져진 만큼 패하는 쪽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고, 그 상처와 후유증은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겁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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