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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망작 뒷담화] ‘허삼관’, 사회 풍자 없이 가족주의만 남았다
입력 2015-04-29 11:22  | 수정 2015-04-29 11:31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화를 봐주기 바라는 영화인들의 마음은 매한가지입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모든 영화가 흥하는 건 아니죠. ‘기대작이 ‘졸작으로 변했을 때 대중의 배신감은 더욱 큰 법입니다. ‘M+망작 뒷담화는 흥행에 실패한 영화를 놓고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영화 ‘허삼관은 가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이 11년간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위화의 대표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롤러코스터(2013) 이후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아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허삼관은 1950년 가난했던 한국 사회를 풍자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휴먼코미디다. 극중 허삼관은 돈이 없어 피를 팔아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 아이를 살린다. ‘매혈이라고 하는 극단적 장치를 통해 ‘부성애를 강조해 감동을 주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다. 그러나 ‘허삼관은 동시기에 개봉한 천만 영화 ‘국제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평면적인 부성애를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한 남자의 일생을 다룬다기보다 그저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단편적인 모습만 그려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때문일까, ‘허삼관은 손익분기점 300만에 한참 못 미치는 95만5192명을 동원했다.



◇ 하정우의 연출력? 나쁘진 않았지만…”

유명준 기자(이하 유) = 영화 자체로만 놓고 보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원작 소설의 내용을 지나치게 한국적으로 풀어냈다. 사회적인 부분도 건드리지 못하고 신파로 간 것. 영화를 보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때문에 영화 자체로 나쁘지 않았음에도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다. 하이라이트가 정확하게 다뤄지지 않고 뜬금없는 장면이 연이어 등장해 황당했다. 차라리 원작소설을 차용해서 신파를 줄이고 사회비판을 했으면 좋았을 뻔.

최준용 기자(이하 최) = 영화를 보고난 관객 반응이 둘로 나뉘더라. 원작 소설을 읽은 사람은 ‘별로라 하고,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은 ‘좋다고 하더라.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초반에 코믹으로 가다가 신파로 바뀌는 부분이 다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천만 영화 ‘국제시장 다음에 나온 것도 악영향을 끼친 듯.



박정선 기자(이하 박) =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롤러코스터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허삼관이 괜찮게 느껴졌다. ‘롤러코스터는 하정우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강해서 별로였는데, 그게 ‘허삼관에 와서는 매끄러워진 느낌이었다.

여수정 기자(이하 여) = 하정우식 코미디가 많이 등장하지 않아 안타까웠다. ‘롤러코스터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분명 실망했을 것. 내용 같은 경우도 코미디, 신파 중에 하나에만 집중했으면 좋았을 듯하다. 게다가 같은 소속사 배우들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괜찮을 인물들까지 같은 소속사 식구더라. 홍보하는 건 좋지만 이런 식은 아니지 않나.

정예인 기자(이하 정) = 영화 자체로만 놓고 보자면 중박은 되는 작품이다. 그러나 통쾌하면서도 풍자가 녹아있는 하정우식 코미디가 잘 녹아있는 지는 의문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경우는 볼거리가 없어도 직설적인 대사, 배우들의 조합만으로 충분히 웃음을 줬다. 그런 면에서 ‘허삼관은 아쉽다. 제작비도 ‘롤러코스터(약 5억 원)의 약 20배가량 많이 들였음에도 그만한 퀄리티가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원작의 부담감 못 이겼나…‘허삼관에는 사회 풍자가 없다”

유 =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처음에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지만 더욱 실망을 크게 줄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갖는다. 안전함과 위험부담이 공존하는 것. 영화 ‘어벤져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원작이 가진 팬층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허삼관은 원작을 읽었던 팬들을 제대로 잡지 못해 입소문이 안 좋게 퍼진 것이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외적 요인이 도와주지 못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망작이라기 보단 시기를 잘못 탄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최 = ‘허삼관은 중국의 원작소설을 우리나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한국인을 공감시키지 못한 부분이 크다. 게다가 ‘매혈이라고 하는 게 젊은 관객들이 보기엔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요소다.

박 = 원작 소설을 읽기 전에는 충분히 감동할만한 코드도 있었고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소설을 읽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라. 왜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 혹평하는지 알 것 같았다. ‘허삼관 매혈기에는 시대적인 비판이 강하게 담긴다. 그걸 차용하는 과정에서 허삼관이라는 인물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가족주의적으로 직결 됐다. 중요한 내용이 빠진 느낌이 들었다.

정 = 원작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매혈이다. 소설 자체가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 점을 우리나라에다 대입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듯하다. 중국의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치환하는 데 있어 다른 사회적인 요소는 빼놓고, 그저 ‘가족주의 하나로만 묶은 듯하다.

유명준 기자,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정예인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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