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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빛미나’ 나종찬, 느긋하지만 속 깊은 신예의 재발견
입력 2015-04-29 11:08 
[MBN스타 정예인 기자] 출생의 비밀을 안고서 한 사람 만을 지켜내는 호위무사 세원. 덥수룩한 수염에 우수에 젖은 눈빛을 가진 그는 황보여원(이하늬 분)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제 역할을 해냈다.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이하 ‘빛미나)에서 세원은 초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존재했지만,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주인공들의 관계를 뒤흔드는 중요한 키가 됐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나종찬은 부담이 많이 됐다”고 했다. 이제 겨우 영화 한 편, 뮤지컬 한 편에 출연한 그에게 스토리를 좌우하는 역할은 힘들었을 터다. 나종찬은 영화 ‘스물에서 풋풋한 청춘의 모습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서는 아픈 할머니를 돌보느라 낮에는 야채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는 ‘차도남의 모습을 묘사해내며 주목받는 신예에 올랐고, 그 기세를 이어 ‘빛미나에서도 중책을 맡게 됐다.

저는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순발력이 부족한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더라고요. 연기 수업을 아무리 받아도 원하는 연기가 나오지 않았고, 그게 1년이 지속됐어요. 기본적인 발음, 발성, 상황에 따른 표현 등이 되질 않아 힘들었어요. 그래서 ‘빛미나에 참여하면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강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다 내려놓고 천천히 파고드는 게 더 잘 표현된다는 걸 알게 됐죠”



나종찬은 ‘빛미나에 참여한 초반, 중압감 때문인지 어색한 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했다. 당연히 그런 모습에 스스로 주눅 들고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길 반복했을 터다. 그런 그에게 구세주가 있다면 ‘빛미나의 선배 연기자들이었다.

첫 드라마고 사람들이 원하는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주눅이 들게 됐죠. 그 때 선배님들께서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북돋워 주셔서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어요”

나종찬은 특히 줄곧 같이 호흡을 맞춘 임주환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외동인 그에게 있어 임주환은 멘토이자 형제였고, 그래서인지 나종찬은 연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많은 선배님들께서 조언해주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임주환 선배님이에요. 연기 레슨을 받지 말라고 하셨어요. ‘연기는 네가 하는 것인데 왜 레슨을 받냐고 말씀해주셨어요. ‘빛미나 초반에만 하더라도 레슨을 받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과연 제가 레슨 없이 연기를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혼자 연기 연습을 해보니 캐릭터를 이해하고 집중하니 그냥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그게 더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나종찬은 처음 무대를 통해 관객을 먼저 만났기 때문에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았고, 그 점 때문에 ‘빛미나 촬영 현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성격 때문인지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차근차근 어떤 것부터 고쳐갈지 고민했다.

뮤지컬과 드라마는 미세한 몸의 움직임이 주는 느낌도 다르더라고요. 무대에 서게 되면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드라마는 화면에서 저를 볼 수 있었어요.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는 게 두 장르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빛미나 촬영 후 모니터링하면서 계속해서 수정했고, 극의 중후반이 돼서야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을 시기이지만, 나종찬은 성급하지 않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는 분위기였다. 말 그대로 ‘진실성 있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란다.

연기에 욕심이 정말 많아요. 진실성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 또래 배우들 중에는 때때로 기술적인 연기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연기를 진실 되게 하고 싶다. 제가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야 시청자들도 그렇게 느껴주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신인답게 욕심이 가득했다. 롤모델로는 원빈을 뽑으며 눈빛이 정말 멋있다”고 전했다. 나종찬은 원빈처럼 다양한 장르와 배역을 맡는 게 연기자로서 목표라 말했다.

어떤 장르 어떤 배역이든 해보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로맨스 영화에서 애절한 역할을 맡고 싶어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황정민 같은 역할요. 순애보 사랑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영화 ‘해바라기 ‘미스터 소크라테스 같은 액션도 해보고 싶고, 영화 ‘아저씨처럼 남자다운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모든 배역이 탐나는 것 같아요. (웃음)”

자신을 ‘빛과 그림자에 비유한 나종찬은 우울한 면과 발랄한 면을 모두 가진 자신의 성격이 연기할 때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거라 말하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당찬 신인 연기자의 패기, 20대 청춘의 열정이 숨어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을 ‘애어른이라고 칭하면서,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 점이 나종찬의 ‘빛과 그림자인 듯 했다.

평소에도 고민이 많은 성격이에요. 그런데 티가 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잘 모르죠. 내가 우울하고 힘든 것들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런 경험을 했고 겪었으니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들거든요. 그리고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다들 자기만의 고민에 빠질 때 생각에 잠기기도 하잖아요. 처음에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심각할 정도로 많았어요. 잘하고 싶은데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아서 고전했던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그득한 신인의 입장에서 어서 빨리 성장하고 싶기도 할 텐데, 나종찬은 시종일관 진중한 면을 보였다. 입버릇처럼 천천히 연기를 배워가겠다고 했다.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나종찬의 포부는 간단하지만 당찼다.

대중에게 가지각색의 캐릭터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걸 표현함에 있어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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