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동양시멘트 매각 방식 윤곽 나왔다
입력 2015-04-29 10:53  | 수정 2015-04-30 16:20

[본 기사는 4월 27일(14:3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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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 속에 쌓여있던 동양시멘트의 매각 방식이 윤곽을 드러냈다.
법원이 (주)동양과 동양시멘트의 분리매각을 최종 확정하는 한편, (주)동양뿐만 아니라 동양인터내셔널(이하 동양인터)이 보유 중이던 시멘트 지분을 함께 파는 방안과 따로 파는 방안을 모두 허용한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법원과 매각주관사 삼정KPMG는 지난 23일 회의를 열고 동양시멘트의 매각 구조를 확정지었다. 법원은 시멘트 인수자가 (주)동양과 인터내셔널이 각각 가지고 있는 시멘트 지분 55%와 19.1%를 묶어서 살 수도, 별도로 살 수도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IB업계 관계자는 "동양인터내셔널 보유 지분까지 굳이 '끼워팔기'하다가 매각가격이 낮아지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희석돼 (주)동양 채권자들에 피해가 가는 것을 염려했다"면서 "무리해서 얹어 팔기보다는 시장 원리에 맡겨 어떤 수요가 많은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법원이 변제율이 67% 수준인 (주)동양에 비해 13%로 낮은 동양인터내셔널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 극대화를 위해 동양인터내셔널 지분까지 공동매각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일단은 개별적으로 사려는 수요가 있는지부터 살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3월 11일 법원이 (주)동양과 동양시멘트의 분리매각 계획을 밝혔지만 세부적인 매각구조 확정은 주관사 선정 뒤로 미뤄져왔다. 분리매각 소식에 같은달 최고 1595원까지 올랐던 (주)동양의 주가는 12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연결 자회사인 동양시멘트를 떼어내면 (주)동양은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고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해 같은달 17일 법원으로 몰려간 (주)동양 채권자들을 대면한 자리에서 이재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는 "동양과 동양시멘트를 패키지로 팔지 따로 팔지, 인터내셔널 지분 19.1%을 함께 매각할지 등이 전부 확정되지 않았다"며 "전문가인 매각주관사 후보들의 제안서를 살펴보고 주관사가 정해지면 그 의견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한동안 잠잠하던 채권자와 법원간 갈등은 주관사 선정을 앞둔 지난 13일 정성수 전 (주)동양 관리인이 돌연 사임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원이 채권자들의 추천으로 선정된 관리인을 사실상 해임하고 새 관리인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채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으면서다.
관리인 교체의 직접적인 빌미를 제공한 것은 (주)동양의 한 임원이 법원에 제출한 정성수 전 관리인의 발언 녹취록이었다.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녹취내용에는 3월 초부터 (주)동양 주식 매매행태를 조사하고, 동양시멘트 분리매각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법원에 항의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정 전 관리인의 업무추진 방식과 노조의 9.2% 임금인상 요구 거절에 대한 사내 불만이 고조되던 도중에 박 모 이사가 법원에 적대적인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넘긴 것이다.
정 전 관리인은 (주)동양 채권자들의 채권 변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시멘트와 분리매각시 동양이 1조원이 넘는 손해를 입을 것이라며 통매각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이달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법원이 동양인터 지분매각을 위해 (주)동양을 이용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를 확인한 법원은 13일 오전 김용건 신임 관리인의 의사를 타진한 뒤 오후에 정 전 관리인을 불러들여 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전 관리인은 박 모 이사가 넘긴 증거물은 실제 발언과 다르며 법원을 자극하기 위해 가공, 조작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관리인 교체 과정에서 채권자 대표들의 의사가 배제됐고, 이후 매각주관사 선정까지의 전 과정이 극비리에 부쳐졌다는 점이다. 법원이 13일 오후 임명동의안을 대표채권자였던 농협은행에 팩스로 전송했다고 하지만, 농협은행은 이를 수령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답변이 없는 것을 동의로 간주한 법원은 이튿날 임명절차를 밟았고, 개인 채권자들은 2만8000여명에 달하는 회사채투자자들 의사를 제대로 수집해 대변해주지 못하는 농협은행에게 대표 채권자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7일 농협은행은 사임했다. 법원 관계자는 "관리인 선임시 채권자 의견을 조회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법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더욱이 21일 서울중앙지법 관리위원회는 대표 채권자를 바꾸면서 채권자협의회 구성을 전면 교체했다. 이 때 법원과 이견이 있는 단체를 배제시켰다는 불만도 나온다. 관리위원회는 분리 매각에 반대하던 방성오, 서원일 등과 사임의사를 밝힌 (주)농협은행을 제외하고, 이견이 없던 (주)우리은행, 자본재공제조합, 건설공제조합, 성호건설(주)을 새로 포함시켰다. 서원일 (주)동양채권자협의회 대표는 "회생안이 처음 통과할 때 채권자 4120명으로부터 1338억원을 위임받았는데 법원과 다른 매각방식을 주장했다고 해서 채권자협의회에서 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포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투기세력이 포함됐다면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지 채권자 단체가 전부 이 같은 혐의에 연루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에 임형기 서울중앙지법 관리위원은 "매각 구조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소액 개인 채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협조를 구할 일이 많았다"면서"그러나 이제는 그런 필요성보다는 (주)동양의 정상화와 건설·엔지니어링 사업 신규진출을 위한 보증서 발급, 영업의 중요성이 더 커져 기관 채권자들 위주로 구성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정KPMG가 매각 주관사로 선정되기까지 절차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법원이 지난 16일 채권자 단체에겐 PT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 뒤 삼정, 삼일, 안진, 한영-하나대투, NH투자증권에 17일 프레젠테이션(PT)을 시행한다고 공문을 보낸 것이다. 아울러'기제출한 제안서와 PT내용이 반드시 동일해야 한다'는 단서가 있었는데, 삼정KPMG가 도중에 통매각에서 분리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뽑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삼정KPMG 관계자는 "통매각을 주장했다가 분리매각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라 원래 제안서에 다양한 선택지(옵션)가 담겨있었다"며 "이밖에도 동양인터 지분과 함께 팔 것인지, 그렇다면 매각대금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경영권 프리미엄은 각각 얼마나 인정해줄 것인지 등 여러 시나리오를 포괄한 제안서였다"고 말했다. 과거 동양그룹의 매각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주관사 선정의 핵심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채권자들은 법원에 삼정측 제안서를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매각구조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 포함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동양의 채권자는 대부분이 자체 신용평가나 채권보전 등을 할 능력이 없는 개인 투자자다. 한 채권자는 "채권자 대부분이 50~60대 노인들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투자했다가 노후자금을 날린 이들"이라면서 "매각 방식이 정해졌지만 2만8000명에 달하는 개미들이 한 푼이라도 더 변제받기 위해 회생안을 통과시켰던 만큼 채 만큼 앞으로도 채권자들에게 진행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동양시멘트의 매각절차는 내달 매각공고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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