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 배제, 괴물 같은 인간처럼 보이길 원했죠”
비중 상관 없이 내가 연기할 근거 있으면 참여”
연기 인생 벌써 30년, 조용히 은퇴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김혜수(45)는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가득하다. 머리카락은 빗질하지 않아 푸석푸석하고, 몸에는 보정물을 넣어 덩치 큰 사람으로 비쳐야 했다. 머리 스타일을 몇 번 고쳐봤고, 다양한 소재와 부피로 옷 안을 채워 어떻게 보이는지 실험도 했다.
육감적이고 아름다운 배우 김혜수의 모습은 오간 데 없다. 50년간(혹은 그보다 더 많은 세월을)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온 ‘엄마만 오롯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조직을 운영하는 인물인 엄마는 가족 같으면서도 가족 같지 않은 차이나타운 ‘마가흥업의 우두머리다. 아이들은 앵벌이를 비롯해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장기를 팔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역할이다. 김혜수는 정정했다.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변했고, 살도 많이 찌운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 생각보다 영화에서 티가 안 난 것일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조금 더 과하게 설정했으면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혜수는 스크린 속 모습이 최적의 엄마 캐릭터의 상태인 듯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객은 김혜수가 연기하니 여자라는 생각은 하겠지만 여성도 남성도 아닌, 괴물 같은 인간이 살아있는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일부러 남성성을 입히려 하지도 않았죠. 억지로 뭔가를 입히는 건 부적합했어요. 이미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절대자 같은 존재이니까요.”
사실 겁이 났다. 부담도 됐다. 시나리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임을 감지했음에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엄마라는 역할과 이 영화 자체가 담고 있는 정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엄마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했다. 김혜수는 4개월가량이 지난 후에야 제작사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차이나타운의 절대자가 됐다.
고민하고 망설이는 그를 보고 주위에서 대신 만류했을 것 같다고 하자 김혜수는 소속사 대표는 내심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본인도 사실은 낯선 이야기를 잘 표현한, 오랜만에 만난 괜찮은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 몇 차례 시나리오 수정본이 나오는 걸 일부러 보지 않았다. 보면 빨리 연기하고 싶다고 할까 봐서”였다. 마지막 수정 시나리오가 나온 걸 받아들고 읽은 뒤, 오케이(OK)” 사인을 보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김혜수가 맡은 엄마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차이나타운은 불친절할 수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라 ‘일영(1, 0)이라 이름 붙여진 소녀가 악전고투해야 했던 전개이기 때문이다. 김혜수가 맡은 엄마의 전사는 없다. 일영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모진 풍파를 거치고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던 엄마의 행동이 변하는 지점과 일영을 통해 엄마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걸 다 설명한다.
김혜수는 영화에서 굳이 엄마의 과거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가 엄마를 그냥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차이나타운이 드러나는 느낌이 있다. 관객이 영화를 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눈을 반짝거렸다.
1986년 영화 ‘깜보를 시작으로 벌써 30년을 연기한 김혜수. 과거 연기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은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물론 아직 연기가 좋아 여전히 전진 중이다.
그래도 제가 청소년기와 청춘을 이 일을 하며 보냈잖아요. 어렸을 때는 스스로 찾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진 않았고 어떤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으니, 제대로 뭔가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안 하게 된 뒤, 나중에 과거를 생각해 봤을 때 ‘내 꽃다운 청춘을 영화하며 보냈구나!라는 가정을 해보니 미치겠더라고요. 그게 두려웠고 스스로 ‘나의 어떤 이미지를 찾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죠. 지금도 여전히 배우로서의 제 삶을 찾아가고 있어요.”
김혜수에게 연기할 때 비중은 크든 작든 상관없다. 영화 ‘차이나타운도 그렇고, 전작 ‘관상에서도 사실 비중이 높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지, 내 캐릭터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중요해요. 내가 연기해야 할 근거가 없으면 못 하죠. 내 시간을 선택할 사람들이 누군가도 중요하고요. 아마 ‘차이나타운 같은 식의 이야기, 그것도 여자 두 명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작품은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인간과 생존, 권력, 가족, 조직 등 모든 것을 포괄해 잘 풀어낸 것 같아 좋아요.(웃음)”
김혜수는 호흡을 맞춘 후배 김고은을 칭찬하고, 그에게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긴 영화 속 엄마의 존재감이 더욱 돋보이는 건 김고은과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많은 것을 가진 배우들이 여럿 있는 것 같아요. 김고은이라는 배우도 많은 자질을 갖추고 있더라고요. 물론 특별한 배우들이 많지만 이런 배우들이 성장할 수 있으려면 혼자만의 재능과 노력으로는 안 돼요.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가 자신을 확장해 나갔으면 해요.”
jeigun@mk.co.kr/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비중 상관 없이 내가 연기할 근거 있으면 참여”
연기 인생 벌써 30년, 조용히 은퇴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김혜수(45)는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가득하다. 머리카락은 빗질하지 않아 푸석푸석하고, 몸에는 보정물을 넣어 덩치 큰 사람으로 비쳐야 했다. 머리 스타일을 몇 번 고쳐봤고, 다양한 소재와 부피로 옷 안을 채워 어떻게 보이는지 실험도 했다.
육감적이고 아름다운 배우 김혜수의 모습은 오간 데 없다. 50년간(혹은 그보다 더 많은 세월을)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온 ‘엄마만 오롯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조직을 운영하는 인물인 엄마는 가족 같으면서도 가족 같지 않은 차이나타운 ‘마가흥업의 우두머리다. 아이들은 앵벌이를 비롯해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장기를 팔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역할이다. 김혜수는 정정했다.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변했고, 살도 많이 찌운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 생각보다 영화에서 티가 안 난 것일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조금 더 과하게 설정했으면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혜수는 스크린 속 모습이 최적의 엄마 캐릭터의 상태인 듯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객은 김혜수가 연기하니 여자라는 생각은 하겠지만 여성도 남성도 아닌, 괴물 같은 인간이 살아있는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일부러 남성성을 입히려 하지도 않았죠. 억지로 뭔가를 입히는 건 부적합했어요. 이미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절대자 같은 존재이니까요.”
사실 겁이 났다. 부담도 됐다. 시나리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임을 감지했음에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엄마라는 역할과 이 영화 자체가 담고 있는 정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엄마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했다. 김혜수는 4개월가량이 지난 후에야 제작사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차이나타운의 절대자가 됐다.
김혜수가 맡은 엄마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차이나타운은 불친절할 수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라 ‘일영(1, 0)이라 이름 붙여진 소녀가 악전고투해야 했던 전개이기 때문이다. 김혜수가 맡은 엄마의 전사는 없다. 일영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모진 풍파를 거치고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던 엄마의 행동이 변하는 지점과 일영을 통해 엄마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걸 다 설명한다.
김혜수는 영화에서 굳이 엄마의 과거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가 엄마를 그냥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차이나타운이 드러나는 느낌이 있다. 관객이 영화를 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눈을 반짝거렸다.
1986년 영화 ‘깜보를 시작으로 벌써 30년을 연기한 김혜수. 과거 연기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은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물론 아직 연기가 좋아 여전히 전진 중이다.
그래도 제가 청소년기와 청춘을 이 일을 하며 보냈잖아요. 어렸을 때는 스스로 찾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진 않았고 어떤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으니, 제대로 뭔가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안 하게 된 뒤, 나중에 과거를 생각해 봤을 때 ‘내 꽃다운 청춘을 영화하며 보냈구나!라는 가정을 해보니 미치겠더라고요. 그게 두려웠고 스스로 ‘나의 어떤 이미지를 찾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죠. 지금도 여전히 배우로서의 제 삶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지, 내 캐릭터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중요해요. 내가 연기해야 할 근거가 없으면 못 하죠. 내 시간을 선택할 사람들이 누군가도 중요하고요. 아마 ‘차이나타운 같은 식의 이야기, 그것도 여자 두 명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작품은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인간과 생존, 권력, 가족, 조직 등 모든 것을 포괄해 잘 풀어낸 것 같아 좋아요.(웃음)”
김혜수는 호흡을 맞춘 후배 김고은을 칭찬하고, 그에게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긴 영화 속 엄마의 존재감이 더욱 돋보이는 건 김고은과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많은 것을 가진 배우들이 여럿 있는 것 같아요. 김고은이라는 배우도 많은 자질을 갖추고 있더라고요. 물론 특별한 배우들이 많지만 이런 배우들이 성장할 수 있으려면 혼자만의 재능과 노력으로는 안 돼요.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가 자신을 확장해 나갔으면 해요.”
jeigun@mk.co.kr/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