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2명중 1명은 주거래은행 계좌를 바꾸고 싶어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오는 9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둔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계좌이동제(Bank Account Switching)는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이나 급여이체 등의 내역이 별도 신청없이 자동 이전된다. 따라서 은행들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 이탈은 막고, 다른은행 고객은 뺏어 와야 하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당초 계획보다 넉달 앞당긴 오는 9월부터 사실상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은행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5~17일 25~59세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계좌이동제와 관련해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주거래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하고 싶어했다는 응답자가 51.2%에 달했다고 28일 밝혔다. 주거래은행을 실제로 변경했다는 답변은 17.8%, 변경하고 싶었지만 못했다는 답변은 33.4%였다. 바꾸고 싶지 않았다는 답변은 48.8%로 나타났다. 응답자 두명 중 한 명은 바꾸겠다고 응답한 셈이다.
주거래 은행 변경을 원했던 이유로는 ‘가까운 영업점이 없어서가 가장 많았고 ‘다른 은행의 우대 서비스가 좋아 보여서, ‘다른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낮아서, ‘다른 은행의 대출금리가 낮아서가 그 뒤를 이었다.
주거래 은행을 변경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영업점을 방문할 시간도 없고 바빠서라고 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는데, 이는 인터넷을 통해 주거래 은행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계좌를 변경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계좌이동제 시행에 따른 각 은행의 준비 전략을 3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먼저 주거래 고객의 선정 기준을 낮추고 우대 혜택 범위를 카드 등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수수료 면제 등을 골자로 한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만기 21년인 기업은행의 ‘IBK평생든든자유적금처럼 장기거래 고객을 확보하기위해 만기가 긴 상품을 판매하는 방안도 있다. 또 각종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상품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이 있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각 은행이 독특한 상품 개발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A은행 관계자는 향후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고객 이탈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장기 거래고객의 이탈방지를 위해 금리우대나 수수료 면제 혜택 등 지주사 차원에서 관련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우량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개발은 물론 고객관리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계좌이동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키 위해 신규 부서 설치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계좌이동제 도입으로 은행간 무한경쟁을 촉진, 금융소비자 권익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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