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 펀드` 자금이동 시동…증권사 치열한 고객 유치전
입력 2015-04-27 17:35 
연금저축 계좌이체 간소화가 시행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 은행 등 다른 금융권의 연금저축 계좌를 끌어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보험의 연금저축신탁·보험이 저조한 수익률을 내면서 고객과 적립금을 동시에 빼앗아 올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연금저축 이체 간소화에 맞춰 증권사들은 상품권, 경품 등 이벤트로 연금저축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연금저축 계좌이체 간소화는 은행·증권·보험사 등에서 가입한 연금저축 적립금을 타 업권·타 금융사로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끔 만든 제도다. 연금저축 계좌를 이동하고자 하는 금융사에 가서 가입·이체 신청을 하면 기존 가입회사와 전화 한 통으로 계좌를 옮길 수 있다. 이미 2001년부터 연금저축 계좌 간 이체는 가능했지만 신규 금융사와 기존 금융사를 최소 한 차례씩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증권사들의 목표는 보험·은행에 집중된 연금저축 적립금을 금융투자업계로 끌어오는 것.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00조원의 연금저축 가운데 보험업권(생명보험·손해보험 포함)의 적립금은 77조원(76.1%)에 이른다. 반면 증권사가 주로 취급하는 연금저축펀드의 비중은 6.5%(6조5046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계좌이체가 실제로는 기존 상품 해지 후 새 상품에 가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동 수요가 단기에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금저축보험은 7년 이내 계좌이체할 경우 해지공제액이 추가로 발생해 불리한 점이 많다. 또 적립금의 일부만 이체할 수 없고 한 금융사의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저금리 시대에 연금을 실적배당 상품(펀드)에 투자하는 방향은 맞지만 기존 계좌 해지에 따른 손익을 계산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해지가 어려운 보험은 납입금액을 줄이고, 은행의 신탁은 펀드로 이체하는 식의 개편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연금저축 유치전이 자칫 업계 내에서 고객 주고받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들이 내걸고 있는 조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금 캐시백, 백화점 상품권에 이어 치킨 상품권까지 나왔다. 키움증권은 연금펀드 가입액에 따라 현금을 돌려주고 치킨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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