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朴대통령 무리한 순방 스케줄…상식과 맞지 않았다
입력 2015-04-27 17:04 

박근혜 대통령이 9박12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7일 새벽 귀국했지만 만성피로에 따른 위경련과 인두염 증세로 하루 이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장 28일로 예정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나 이후 공식행사들도 취소되거나 늦춰질 것으로 보이면서 무리한 순방일정을 짠 참모진과 대통령 본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순방 때 무리해서 국가 중대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현재 청와대 능력부족과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남미 일정은 출발 전부터 무리한 일정이란 지적이 많았다. 일단 대통령 전용기로 20시간 이상 걸리고 중간급유 없이 직항이 불가능한 중남미 국가를 가면서 중간 기착지에서 일박 없이 가는 강행군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11월 브라질과 페루를 방문한 후 중간기착지인 미국 LA에서 하루 묵으며 캘리포니아 주지사 접견, 동포간담회 일정을 수행한 후 귀국했다. 2012년 6월 중남미 순방 때도 멕시코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를 순방한 후 오는길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급유차 하루를 묵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4년 11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3개국 순방 당시 귀국길에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들러 토머스 파고 당시 미국 태평양군 사령관 접견, 동포 간담회 등을 하고 이튿날 귀국했다.
그런데 이번 박 대통령 순방은 갈 때는 미국 LA에서 1시간여 급유 후 바로 콜롬비아로 향했다. 귀국 때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시간여 급유만 하고 바로 떠나 서울에 도착했다. 갈 때는 18시간10분, 올 때는 24시간30분 걸린 대장정을 사실상 휴식없이 강행한 셈이다.

유태우 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행기간이 6일이상이면 떠나기 2~3일 전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여행지 시각쪽으로 조금씩 시차 적응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쪽 여행은 가급적 하루중 일찍, 서쪽 여행은 가급적 늦게 출발하는 게 좋다.
하지만 박 대통령 중남미 순방일정을 보면, 이같은 상식과 달리 거꾸로 일정을 진행했다. 일단 시차 적응부터 쉽지 않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박 대통령은 출발하기전 이완구 총리 문제를 비롯한 산적한 국정현안,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행사로 출발시간이 늦어졌고 출발장소도 광주공항에서 성남 서울공항으로 바뀌어 오후 늦게 출발했다. 귀국할 때도 미국에서 서쪽이 아닌, 동쪽인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귀국해 피로를 가중시켰다.
격무에 시달렸던 박 대통령이 약 20시간 내내 기내에 머물러 있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는 습도가 높으면 기체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일부러 기체내 수분을 제거한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는 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 실내는 정상 습도의 20%에 불과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하면 쉽게 감염될 수있다”며 대통령이 장기 해외순방에 나설 경우 건강을 고려한 일정을 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내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어서 각종 오염물질들이 호흡기나 피부에 달라붙을 수도 있다. 장시간 비행을 할 경우 ‘기내공기오염 증후군(Aerotoxic Syndrome)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민간항공국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조종사들 이상증세가 167건 신고됐다”며 12건의 경우 기장이 우선착륙을 요청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환경건강저널은 감기가 기내에서 전염될 가능성이 지상보다 100배이상 높다”며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노약자는 기내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때 손으로 문을 여닫지 말고 종이타월을 이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여행의학 전문의인 클리브랜드 클리닉 브렌다 포웰 박사는 기내공기는 매우 건조해 코점막 수분을 없애 감염의 저항력을 떨어뜨린다”며 소금이 함유된 식염수 스프레이를 활용해 코점막을 촉촉하게 유지시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한 인사는 나폴레옹이 프랑스 대군을 이끌로 러시아를 공격했을 때 타이밍을 놓쳐 패전한 이유가 치질 때문이었다고 알려진 것처럼 한 국가 지도자 건강은 국운을 가를 수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김선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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