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넝굴채 들어온 호박을 걷어 찬 야권
입력 2015-04-27 14:01  | 수정 2015-04-27 17:59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에서 혼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처음 선거판은 새누리당의 압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패 위기감이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동교동계와 박지원 의원을 찾아다니며 읍소의 손을 내밀었을정도니까요.

그러나 갑자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과 그가 남긴 메모지입니다.

청와대 전 현직 비서실장과 친박 실세들의 이름이 담긴 메모지는 확실히 선거판을 뒤흔들었습니다.

성완종 자살 사건이 있기 전 4월6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볼까요?

새누리당 지지율은 37.2%,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7.8%로 양당의 격차는 9.4%P로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성완종 사건이 터진 후 4월13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은 33.8%, 새정치민주연합은 29.6%로 격차가 4.2%P로 좁혀졌습니다.

4월20일에는 새누리당이 33.6%, 새정치민주연합이 30.3%를 기록하며 격차가 3.3%P로 더 좁혀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도 부정적 응답이 56.1%로 올라섰고, 긍정 답변은 38.2%에 그쳤습니다.

절대 열세였던 선거판 분위기도 바뀌어 오히려 새누리당이 전패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고, 야당은 어쩌면 전승할 수도 있다는 희망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인 4월23일 MBN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수도권 3곳은 오차범위내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광주는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완종 파문으로 야권 후보가 약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겁니다.

도대체 3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20일 자정 무렵 이완구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합니다.

야당이 총리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들려는 찰나에 나온 이 총리의 사의표명은 성완종 파문으로 벼랑 끝에 몰린 여권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원내대표(4월21일)
- "(이완구 총리 사의는)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국정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총리 해임압박을 하던 야권으로서는 망연자실의 표정이 읽혔습니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은 쇄기를 박은 꼴이 됐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4월23일)
-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특검을 통한 진실규명을 요구합니다. "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4월23일)
-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전에 민정수석들이 발표한 것 말고 아는 것은 없습니다. 방금 그 부분은 보도 보면 제가 보기에도 의혹을 가질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연관시켜서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

문 대표 스스로도 참여정부의 성완종 사면과 관련해서 의혹을 가질만 하다고 했지만, 정작 그 의혹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당시 비서실장으로 사면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해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야권 지지자들은 멘붕에 빠졌습니다.

'뭐지? 왜 모른다고 하지? 그럼 이런 기자회견을 왜 한거지?'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야권에 호재였던 친박 리스트로 불붙었던 성완종 파문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지고, 성완종 사면 공방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문 대표의 개운치 않은 기자회견은 새누리당에 공격의 빌미를 줬습니다.

여기에 친노계인 박범계 의원의 과거 발언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 인터뷰 : 박범계 / 당시 새정연 의원(13년 MBN출연)
- "사면이라는 것은 판결로 모든 것이 확정된 사람 한 큐에 내보내는 것입니다. 이 안에 거대한 지하시장이 있습니다."

▶ 인터뷰 : 박범계 / 당시 새정연 의원(13년 MBN출연)
- "사면을 준비하는 법무부 행정 관료들이라 대통령이 모르시는 부분일 것입니다. 여기서 오가는 돈이 저는 꽤 있다고 봅니다."

돈을 받고 사면을 하지 않았다고 문 대표가 얘기했지만, 같은 친노계인 박 의원은 사면의 어두운 뒷면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한마디로 호박이 넝굴채 들어왔지만, 이를 스스로 차버린 꼴입니다.

야권 내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을 감싸려다가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너무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속도조절을 했다면, 그래서 스스로 '친박 게이트'라 부른 성완종 파문을 이틀 만 더 끌었다면 선거 분위기는 지금과 또 달라졌을 겁니다.

전략의 부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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