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기획…‘SNS 사칭’②] ‘네가 되고 싶어’…타인 삶 탐내는 사람들
입력 2015-04-27 10:04 
사진=온라인커뮤니티
[MBN스타 유지혜 기자] SNS 사칭 사건들이 금전을 노린 사기 형태에서 심리적 만족을 느끼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다양한 SNS 사칭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국회에 관련 법규가 발의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SNS 사칭 사건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급증하는 추세여서 더욱 심각성이 대두됐다. 특히 금전적 이익을 위해 특정인의 사진과 신상을 도용해 SNS 사칭 계정을 이용하는 사건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그저 심리적인 만족을 얻고자 이런 사칭 사건을 벌이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실제로 10대 SNS 유저들 사이에서는 일명 ‘멤버놀이라는 SNS 사칭 계정을 이용한 친목 모임이 유행하고 있다.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룹 멤버의 이름과 신상을 그대로 사용해 다른 SNS 유저들과 멤버들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한 그룹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들의 모든 멤버들이 하나의 모임을 형성해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저 10대들의 장난으로 여길 수 있지만 해외 팬들에게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역시 위험하다. 이런 모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A양(17세)은 우리 모임에서 오갔던 대화들을 카카오스토리에 게시했다가 한 해외 커뮤니티에서 우리 대화 캡처를 인용해 그룹 B씨와 걸그룹 C씨가 사귄다는 잘못된 정보가 올라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프로필 사진부터 대화체까지 모든 것을 따라하다 보니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10대들의 연예인 SNS 사칭은 주로 소속감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많았다. A양과 함께 한 모임에서 활동했던 청소년들은 이 놀이 때문에 더욱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했고, 나만의 비밀이 생긴 것 같아서 재밌었다”거나 연예인 놀이를 하면서 그 연예인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성인들이 SNS 사칭을 벌이는 경우는 대부분 개인의 만족 때문으로 밝혀졌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C씨의 신상 정보와 사진으로 SNS 계정을 사칭한 50대 D씨는 젊고 예쁜 당신의 모습을 보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았다”며 사과한 사례가 있다. 이 사례의 경우도 단순히 개인 신상을 도용했다는 문제 말고는 별다른 피해 사례가 없어 당사자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이처럼 SNS 사칭을 벌이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한 논문에서는 SNS의 자기소개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H. Maslow)의 이론을 대입해 설명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에는 5단계가 있다는 ‘욕구 5단계설을 주장했다. 욕구 5단계에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등이 있으며 앞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나타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연령층에 나타난 특징을 분석했을 때 높은 연령층일수록 각 욕구의 편차가 고르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연령층이 낮을수록 하위 욕구가 두드러져 자신의 소속을 어필하거나 소통 본연에 치중하며 특정 유명인과 공통된 관심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SNS의 자기소개에 이런 특징들이 잘 담겨있다는 결론을 미뤄볼 때 연예인의 SNS 사칭의 심리적인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사진=한밤의TV연예 방송 캡처


이외에도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 발현된 게 SNS 사칭이라는 의견도 많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다.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관심을 받고 싶은 개인적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자신을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요인들을 불러일으키는 것에는 외적인 요인으로 개인을 판단하고 획일적인 가치를 개인에 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작용한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패배감을 안긴다는 것이다. 최근 불안정한 취업 시장,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제 상황 등으로 불안감이 더욱 팽배해졌기 때문에 여러 심리적 요인들이 맞물려 각종 문제를 유발하는데 SNS 사칭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


*참고문헌
(2011, 김보미)
(2014, 이상현) 外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