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블룸버그 넘어서겠다” 미국 스타 벤처기업 이끄는 팀 황
입력 2015-04-26 15:59 

블룸버그, 톰슨 로이터를 넘어설 겁니다.”
그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23살이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만큼 달변이었고 자신만만했다.
지난주말 코트라 뉴욕무역관이 맨해튼 마이크로소프트(MS)빌딩에서 개최한 한인 스타트업 소개 행사장에서 만난 팀 황(황태일) 피스컬노트(Fiscalnote) 설립자겸 최고경영자(CE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벤처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황 CEO는 미국 벤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젊은 벤처사업가다. 그렇지만 전세계 시장에서 금융·경제 정보 등을 제공하는 글로벌 종합 미디어그룹 블룸버그와 톰슨 로이터를 경쟁상대로 삼겠다는 것은 다소 오버(?)하는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하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머지않아 큰일을 낼 만한 역량을 갖춘 젊은이라는 믿음이 의심을 저멀리 밀어내고 자리잡는다.
미국으로 이민을 온 한인 1.5세대 부모사이에서 지난 92년 미시건주 이스트랜싱에서 태어났고 매릴랜드주 포토맥에서 성장한 그는 어릴때부터 남달랐다. 유난한 도전의식과 성취욕은 또래 아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고와 행동방식으로 그를 이끌었다. 학교 성적은 항상 최상위권이었지만 그는 공부외에 색다른 뭔가를 만들어나가는데서 재미를 느꼈다. 중학교에 재학중이던 14살때 그는 첫사업에 나선다. 친구 부모들이 박사급 과외선생들에게 고액의 과외비를 지급하는 것을 보고 뭔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렴한 과외비만 받고 일할수 있는 과외선생과 학생을 연결시킬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전 동일한 수업을 들은 상급학년 학생이 동일한 수업을 듣는 후배 학생들을 대상으로 용돈 수준의 돈만 받고 가르치도록 하면 되지않을까해서 시작한것이 바로 과외사업(튜터링)이었다. 이같은 시도는 제대로 맞아 떨어졌고 입소문이 나면서 매릴랜드주는 물론 뉴욕,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서 3,000여명의 학생들이 과외사업에 동참, 당시 연 2억원 정도의 돈을 벌어들였다. 어린 나이에 큰 돈을 만지게되자 이돈을 어떻게 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한다. 결국 오퍼레이션플라이(Operation Fly)라는 비영리재단을 만들어 매년 겨울 노숙자들에게 이불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극빈층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가득넣은 책가방을 선물했다. 그의 이런 활동은 타임지에 소개됐고 글로벌 회계법인 어니스트앤영은 그를 젊은 기업가로 선정했다.
강력한 추진력과 조직능력을 갖춘 그가 유명세를 타면서 메릴랜드 주검찰총장 선거 캠프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에 나섰을때는 버지니아 지역에서 필드오거나이저( Field Organizer)라는 직책을 맡았다. 버지니아주와 아이오와에서 1만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는 한편 캠프내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하는 중책을 맡아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당시 그는 우튼하이스쿨에 다니는 16살의 고등학생이었다. 아무리 지역 유명인사가 됐더라도 고등학생에게 대선 선거일을 맡긴다는게 다소 이해되지 않는다는 기자 질문에 황 CEO는 나이는 큰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황 CEO는 당시 오바마 캠프는 선거자금이 많지 않아 굉장히 상황이 열악했다. 때문에 돈으로 사람을 사기보다는 역량있는 신진세력에게 나이를 따지지 않고 많은 기회를 줬다”며 그런 기회가 내 앞으로 다가왔고 내가 그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듬해인 17살때는 매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의원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그는 정치인이 돼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으로 큰성공을 거두는 등 IT열풍이 거세게 불기시작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그는 아이비리그 명문인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복수전공으로 정치학을 선택, 정치에 대한 꿈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그가 CEO로 재직하고 있는 피스컬노트는 바로 2013년 프린스턴대 4학년때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것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모든 법령, 규정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검색엔진을 만들면 돈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친구 3명이 모여 실리콘밸리 모텔 방에서 3개월간 밤낮으로 노력한끝에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알고리즘을 미국 억만장자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미국 프로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반에게 보여줬고 곧바로 100만달러의 투자를 거뜬히 받아냈다. 야후 창업자인 제리양의 투자도 들어왔다. 지난 2013년 6월 피스컬노트를 법인화했고 수백만달러 종잣돈을 마련한 그는 로비스트과 법률회사들이 즐비한 워싱턴DC에 지난해 4월 입성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업체인 렌렌으로부터 1,000만달러 투자를 유치, 벤처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모은 투자금만 1,820만달러(200억원)에 달한다.
피스컬노트는 법률적 분석틀을 제공하는 플랫폼 소프트웨어 회사다.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 차원의 모든 법률을 모아 변호사, 준법감시인, 로비스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 앞으로 정부법령 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예측의 툴까지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제약회사 셀젠, GSK, 미국과 캐나다 정부도 고객으로 벌서 고객수만 100여개에 달한다. 2013년 15명 정도였던 직원은 이제 60명으로 늘었고 올해말 100명, 내년에는 200명선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황 CEO는 앞으로 해야 할일이 무궁무진하다”며 한국시장에 진출해 법률 정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CEO는 항상 뚜렷한 목표를 세워놓고 도전하는 것을 즐겼다”며 앞으로 블룸버그나 톰슨 로이터를 뛰어넘는 글로벌 데이터 회사가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황 CEO의 젊은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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