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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내 맘대로 등급] ‘숫호구’…시작만 강렬할 뿐 묵직한 메시지로 웃프다
입력 2015-04-25 18:16 
사진=포스터
모든 영화에는 등급이 존재하는데 이 놈의 등급 때문에 관객층이 좌지우지돼 흥행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정작 관람해야 될 관객들이 보지 못해 안타까움도 안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영화 등급과 이유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영화들은 확인 받은 등급이 아리송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영화들만을 꼽아 ‘철저하게 편집자 마음대로 등급을 매겨본다. 영등위가 주제, 선정성, 폭력성, 공포, 약물, 대사, 모방위험을 등급 결정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편집자는 모든 건 동일하나 소재를 대비한 주제, 친분표현의 욕설은 허용한 대사, 웃음 코드, 메시지, 소재활용도를 더해 좀 더 자세하게 등급을 매겨보려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숫호구는 특유의 ‘병맛 코드를 1%의 과장도 없이 그대로 담아냈다. 거기에 웃픈(웃기고슬픈) 숫총각의 지질함과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를 향한 일침까지 더해 생각보다 매우 강력하다.

일말의 기대감이 없었기에 ‘숫호구가 주는 메시지의 힘은 배가 됐고, C급 코드가 A급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상황도 매우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 슬픔이 포인트다.

‘숫호구는 백승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그가 연출가이자 주인공으로 1인2역을 소화해냈다. 다소 호구스러운(?) 그의 비주얼은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엄청난 도움을 줬고, 분명 밝게 웃는데도 아련한 듯 슬퍼 보이는 눈빛이 지질의 강도를 높였다.

특히 배우 조한철을 제외하고 ‘숫호구 속 등장인물은 모두 백승기 감독의 지인이다. 몇 없는 인원을 한데 모아 촬영한 것이다. 이미 지인이기에 이들의 연기에는 기술적인 부분의 어색함은 많아도 친근함인 묻어난다. 그래서 더 숫호구 원준이 관객의 눈에 들어온다. 백승기 감독은 연기에 다소 약한 부모님을 위해 대화는 자막으로 처리했고, 꾸밈없이 NG컷을 그대로 활용해 병맛을 살리면서도 신선함을 무기로 관객에게 여운을 안겼다.

‘우리는 모두 호구였다라는 기발하면서도 웃픈 문구를 내세우며 공감대 자극의 시작을 알렸고, 너무 리얼해 더욱 외면하고 싶은 원준의 모습은 웃긴데 슬프고 멋진데 지질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매력을 발휘하는 원준의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마음은 훈훈하다 못해 잘생겼지만 그놈의 비주얼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아 원준은 늘 고통스럽다. 부족하면서도 모자란 외모 때문에 ‘숫호구의 이야기가 시작되며 킹카 아바타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아바타의 등장이라는 게 기발하고 간접경험을 느낄 수 있어 통쾌하다. 하지만 외모지상주의의 강조라는 불편한 진실이 뒤따라오고 있어 안타깝다.

원준은 훈남 아바타 덕분에 사랑을 이루는 듯하지만 진짜 날 사랑하냐” 지금의 날 사랑하냐”라며 아바타가 아닌 진짜 본연의 자신을 좋아하냐고 여러 번 되물으며 다시 한 번 사랑에 있어 외모가 엄청난 존재가 된다는 걸 알려준다. 이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격이라 통쾌하지만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에 무시할 순 없다.

진짜 자신이 아닌 껍데기를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원준의 모습은 호구스럽지만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며 눈물샘도 자극한다. 남자가 사랑에 빠질 때 어떤지 단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상황이 매우 극단적일지라도 왠지 모르게 리얼하다.


시작은 숫총각 딱지 떼기지만 갈수록 사랑의 깊이와 외모지상주의의 피해 등 묵직한 메시지를 안기고 있어 웃다 울다 화내다 다시 울게 된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지만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언어적으로의 자극성이 강하다. 그러나 사실 현재를 둘러본다면 극중 상황은 그리 상상 속에서나 이뤄질 법한 일은 아니라 현실감이 있다. 이 사회를 너무 보수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면 누구나 ‘숫호구 속 대사에 무언의 동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럼에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따르면 ‘숫호구는 30살 숫총각이 생명공학을 이용해 자신의 성적 욕망과 쾌락을 누리는 이야기를 다뤘다. 대사의 표현에 있어 거친 대사 및 욕설, 선정적 대사가 자극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그 외 모방위험 부분에 있어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위가 필요한 영화다. 즉 ‘낮음의 공포와 ‘보통의 폭력성을 제외하고 주제와 약물은 ‘다소높음 대사와 선정성, 모방위험은 ‘높음이다.

영등위의 등급분류가 틀린 건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니다. 성적 욕망과 쾌락을 다뤘지만 그 안에는 자아정체성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고 등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그리 보호가 필요한 내용이 대다수가 아니다. 분명 거칠고 선정적인 대사가 등장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를 통해 모방위험까지 높을 순 없다. 대사의 일부를 따라하는 이들을 있겠지만 실컷 욕하다가 훈훈한 아바타를 만들어 전성기를 맛보려 곤 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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