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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시라니오작가협회 문성룡 부이사장 “시나리오는 작가의 분신”
입력 2015-04-25 13:32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 제작진, 의상 팀, 무술 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박정선 기자] 21세기는 창의 산업 즉 콘텐츠 산업이다. 다음 산업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한 모든 콘텐츠의 핵심은 스토리다. 이 말은 이야기 하나가 세계를 바꾸는 힘이 된 세상이라는 듯이다. 수학이나 과학 등 학교공부가 왜 어렵다고 생각할까. 너무 형이상학적이며 추상적이며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 혹은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작가의 피나는 노력이 항상 동반된다. 2시간여 동안 영화에 빠져들어가 등장인물들과 관객이 같이 울고 웃고, 기쁨과 슬픔을 같이 공유하는 것에는 작가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시나리오작가협회 문성룡 부이사장과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시나리오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봤다.



Q. 좋은 시나리오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뭔가.

A. 모든 글에는 특히 시나리오에는 시대성이 가미되어야 하다. 시대성이란 작가가 왜 이 시대에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냈냐라는 질문에 대한 짧고 명쾌한 대답이다.”


Q.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주자면?

A. 왜 2014년에 지나간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인 ‘명량이 관객몰이에 성공하였을까라고 묻는다면 작가는 세월호 등 국내외적으로 큰 사건, 사고 그리고 어려운 경제난 등으로 국민들이 근심과 걱정을 겪을 때 역사를 보면 어김없이 큰 사람이나 영웅이 나타났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세월이 갈수록 영웅은커녕 큰 사람조차도 나타나지 않는다. 자괴감에 빠져 이러한 시대를 사는 국민들에게 400여 년 전의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다시 불러내와 영웅이 없는 시대에 국민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변이 얼마나 시 시대에 맞아 떨어지는가.”


Q.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나.

A. 모든 시나리오에는 관객들이 빠져들 수 있는 요소 즉,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여운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이야기여야 한다. ‘토이스토리를 만들어 낸 픽사라는 애니메이션회사에서는 11편을 제작했는데 모두 대박이 났다. 이야기에 재미와 감동 그리고 진득한 여운이 있기 때문이다.”


Q. 어떤 소재를 찾느냐가 관건이겠다.

A. 물론이다. 하지만 작가가 소재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작가가 소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태의연한 소재일지라도 어떠한 각도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다이아몬드의 원석을 어떤 각도로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원석을 어떠한 각도로 커팅하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지는 이치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Q. 시나리오에 담아야 할 것들이라면.

A. 세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상상력과 관찰력, 뛰어난 감성이 있어야 한다. 상상력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고 관찰력의 한 예를 들면 여자주인공이 시나리오 상에서 시장을 가는데 가을에 나는 생선과 야채, 겨울에 나는 생선과 야채를 모른다면 어떻게 글을 쓰겠는가. 또한 1류 작가와 3류 작가의 차이는 이 뛰어난 감성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형식적인 기교보다 내용의 내실화와 재미를 기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 세 가지는 선천적인 것도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전문적인 영상작가양성기관에서 작가적 훈련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Q. 작가의 개성과 독창성도 무시할 수 없다.

A. 몇 년 전 끝난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 열 명 이상을 멀리 보내거나 개연성 없이 죽임으로서 인터넷상은 물론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켰지만 시청률은 고공 상승하지 않았는가. 이는 작가의 독창성 즉 작가 자신의 관점과 자신감에서 성공한 예라 할 수 있다.”



Q. 아이디어구상 단계부터 하나의 시나리오가 완성되기까지의 플랜이 궁금하다.

A. 구상의 첫 단계는 작가가 우선 자신이 쓰고 싶은 소재나 테마를 찾아서 이 이야기가 이 시대에 맞는 이야기인지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쓸거리를 찾아냈다면 이 이야기가 영화사나 제작사의 의표를 찌르는 소재이며 관객들이 신선하게 느낄만한 소재인가를 체크해야한다. 쓸 주제가 정해지고 거기에 작가의 생각과 철학이 가미된 작가의도가 정해졌다면 이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Q.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의 설명이 중요하겠다.

A. 그렇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독특한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 독특한 인물이란 특수층 사람이나 특정한 직업인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인물로서의 매력이 있고 무언가 재미있는 성품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잘 된 영화나 공모전에 당선된 시나리오들을 보면 이런 주인공들이 꼭 묘사되어 있다. 잘 된 시나리오는 반드시 스토리 자체로서 아주 재미있던지 아님 주인공 캐릭터가 독특하다. 일단 캐릭터가 만들어졌다면 발단부에서 남,녀 주인공의 만남을 매력적으로 하기위해 고심해야 한다.”


스토리가 완성이 된다면 다음은 어떤 작업이 진행되나.

A. 다음은 장편소설분량 정도의 트리트먼트를 써야한다. 이때 트리트먼트는 작가가 곧 시나리오의 신을 나눠야하기 때문에 세밀하고 정교하게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까지도 넣어서 써놓아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작가는 비로소 트리트먼트를 보며 장편 시나리오의 기준은 약 120신 정도의 장면을 나누기 시작한다.”


Q. 그 신이 모여서 초고가 만들어지는 건가.

A. 포스트잇이나 화이트보드에 붙여진 120장면이 작가의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들어온다. 그걸 보며 작가는 밋밋한 부분을 빼내기도 하며 또 새로운 아이디어나 임펙트 강한 장면이 떠오르면 삽입하기도 하면서 편집을 시작한다. 신 나누기에서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편집이 끝나면 작가는 이제 초고쓰기에 돌입한다. 작가세계엔 ‘초고는 수정하기 위해 쓴다는 말이 있다. 일단 호랑이 얼굴을 그리려면 고양이 얼굴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초고가 나오면 작가는 더 디테일하고 세세하게 재고를 써야한다. 작품이 완성되었어도 시간이 있는 한 다시 읽으며 고쳐나간다. 특히 대사는 자주 들여다볼수록 고칠 것들이 많이 나온다.”


Q. 시나리오가 작가의 분신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정말 많은 과정을 거친다.

A.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분신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충분한 내공을 쌓아야 한다. 경험상 작가 자신에게 솔직할 때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내공이 쌓이면 좋은 작품은 자연히 탄생되고 감동이 생기게 마련이다. 작가의 길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다. 자신과의 갈등에서 이기는 자만이 작품 속의 갈등을 창출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세상을 보는 눈, 인생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만 가슴이 뜨겁고 넓어져 작품이 승화된다.”


Q. 마지막으로 작가로 사는 것에 대한 의미가 있다면.

A. 자신만의 시각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있는 시나리오, 거기엔 신선함과 놀라움과 감동이 따르기 마련이다. 때 묻은 영혼에서는 싱싱한 인간의 향기를 뿜어낼 수 없다는 것을 작가 스스로 알아야 한다.”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정예인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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