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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극에서 악몽으로 바뀐 심수창 선발승
입력 2015-04-23 22:22  | 수정 2015-04-23 22:32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안준철 기자] 롯데시네마의 스릴러극이 심수창(34)을 울렸다. 씩씩하게 역투한 심수창의 땀방울이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심수창은 2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에 선발로 등판해 5⅔이닝 8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첫 승을 눈 앞에 뒀다. 짐 아두치의 스리런홈런과 황재균의 솔로홈런으로 대거 6점을 냈기 때문에 심수창의 표정도 가벼워보였다.
만약 이날 심수창이 승리를 하게 되면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바로 1335일만에 거둔 선발승이기 때문이다. 심수창은 넥센 소속이던 2011년 8월27일 선발투수로 나가 승리를 기록한 게 가장 최근 맛본 선발승이다. 공교롭게도 상대팀이 현재 소속팀인 롯데였다. 또한 불운의 아이콘을 불식시키는 의미도 있었다.
심수창은 수려한 외모로 많은 팬들을 끌고 다니기로 유명했다. LG트윈스 소속이던 2006년에는 10승을 거두며 에이스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부침이 있었다. 실력보다는 미남, 그리고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1년 시즌 중반까지 18연패를 당하며 투수최다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가지게 됐다. 당시 잘 못 던졌다기 보다는 타선지원을 못받거나, 실책이 겹치며 패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운의 상징이 됐다.
지난 연말 심수창은 변화를 시도했다. 바로 스리쿼터를 병행하기로 한 것. 팔을 내리면서 심수창은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 시즌 2경기 12이닝 평균자책점 2.25. 하지만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 16일 사직 NC전에서는 수비 실책 때문에 잘 던지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이종운 감독도 안쓰럽다”며 심수창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나타낼 정도. 하지만 심수창은 동료들의 실수에도 그냥 웃어 넘겼다. 이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종운 감독은 곧 좋은 소식을 전해 줄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고 다짐했다.
심수창은 이날 KIA전에서 최고구속 147km의 속구와 낙차 큰 포크볼을 앞세워 삼진 8개를 잡았다. 삼진 8개는 심수창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6회 2실점을 하고 심수창은 공을 불펜에게 넘겼다. 최근 집단 방화를 하는 롯데 불펜이지만 이명우와 김성배가 8회까지 KIA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초 2사후에는 황재균의 솔로홈런으로 6-2로 점수를 벌렸다. 심수창의 선발승은 눈앞에 있는듯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김승회는 아웃 하나도 잡지 못하고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타석에 들어선 필에게 좌월 동점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뒤 이어 올라온 홍성민도 마찬가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만루를 자초한 뒤 이홍구가 끝내기 몸에 맞는 공을 경기는 6-7로 뒤집어졌다. 전날 10승을 거둔 롯데는 이날 충격적인 패배로 10승10패, 승률 5할로 떨어졌다. 심수창의 승리고, 팀의 연승도 모두 날아간 스릴러물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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