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감사원 "경남기업 워크아웃 금감원이 부당개입"
입력 2015-04-23 17:39  | 수정 2015-04-24 06:21
감사원은 지난 2013년 10월 경남기업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3일 밝혔다. 경남기업은 고(故) 성완종 전 회장이 운영하던 회사다.
이날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에 대한 기관 운영 감사 결과'를 통해 금감원이 당시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남기업과 관련해 다수의 채권금융기관들 요구를 듣지 않고 부당개입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개입으로 무상감자없이 1000억원 출자전환이 실행돼 대주주에게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결과를 놓고 양 기관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감사원은 부당한 개입으로 특혜를 준 것이라고 금감원 징계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만, 금감원은 일부 채권단 의견을 전부인 것처럼 감사원이 몰아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상황은 무시하고 현재의 결과로 징계한다면 누가 소신있게 일할 수 있겠나"며 불만을 토로했다.
감사원에서 내세운 정황과 증거들은 이렇다. 경남기업은 지난 2013년 10월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출자전환이 불가피하고, 주식 발행가(5000원)가 기준가(3750원)보다 높아 대주주인 성완종 회장의 지분을 2.3대1의 비율로 무상감자해야 한다"고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 보고했다. 신한은행 역시 실사 결과에 동의해 무상감자를 결정했고 관련 내용을 2014년 1월 9일 금감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금감원 담당 팀장은 성 전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했고, 4일 뒤인 1월 13일 담당 국장은 회계법인 담당자를 집무실로 불러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입장을 잘 반영해 처리하라는 외압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결국 신한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통해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하도록 결정했고, 지난해 3월 1000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여기까지가 감사원이 경남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의심하는 논리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기업구조조정 지원업무를 수행하면서 법적 근거없이 채권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심의·의결 사항 등에 부당 개입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금융감독기관은 워크아웃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 간 이견이 벌어졌을 경우 관여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감사원이 이런 식으로 징계를 내린다면 그 누구도 구조조정 업무를 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감독당국이 기업구조조정을 방관할 경우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개입의 주된 이유다. 채권금융회사들이 각자의 이익만 챙기게 되면 전체 이익에 반하는 최악의 선택으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깨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라는 논리다.
금융당국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감사원 주장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이라는 측면에서 개입할 수 있도록 금융관련 법들에 모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 부실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규자금 지원이 더 큰 문제인데 출자전환을 건드렸다는 것부터 핵심을 비껴갔다"며 "출자전환은 채권단이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일종의 원금 탕감 역할을 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권을 획득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자전환을 하면서 대주주 무상감자를 하느냐 마느냐는 출자전환해서 채권단이 경영권을 가지면 대리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영자의 지위나 기업의 위상을 생각해서 대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단 75% 동의가 돼야 워크아웃에 착수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채권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다 이견이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조정을 부당 개입이라고 하면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경남기업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고 워크아웃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감사원이 금감원 부당개입을 확인했다고 밝힘에 따라 검찰수사의 칼날이 금융당국을 겨눌 가능성도 커졌다. 감사원이 이미 관련자료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신분으로 금융당국과 금융권 핵심인사들을 수시로 만나면서 전방위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미정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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