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월급서 답 안나온다” 알짜 부동산 발품파는 30代들
입력 2015-04-23 15:41 

지난 16일 서울 은평뉴타운의 ‘신한헤스티아3차 오피스텔 분양홍보관은 퇴근시간이 지나 오후 8시가 넘었지만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원래 오후 6시에 문을 닫지만 혼잡한 토·일요일 대신 평일 퇴근 이후 홍보관을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이 빗발치자 분양대행사에서 ‘평일 야간개장을 결정했다. 이날 밤에도 약 60여 명의 투자자가 홍보관을 찾아 분양상담을 받았다. 특히 30대 넥타이 부대들이 상담데스크에 앉아 진지하게 상담받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은평뉴타운에서 멀지 않은 광화문, 여의도 등에 직장을 둔 30대 투자자들이다.
이날 분양홍보관을 찾은 여의도 한 증권업체 직원 A씨(35)는 월급만 바라보고 있으면 답이 안 나온다”며 공급과잉이다 뭐다 해도 30대 직장인이 노후준비를 위해 투자할 만한 부동산은 오피스텔이 제일 낫다”고 말했다. A씨는 5000만원 정도 투자하면 은행이자 2배인 연 4%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방금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 오피스텔 분양대행사인 트리플파트너 유재성 대표는 견본주택 구경을 목적으로 이른바 ‘간만 보는 주말 방문객과 달리 평일 야간 방문객은 실제 투자의향이 강해 계약률이 주말 방문객보다 2배 이상 높다”며 특히 30대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1979~1992년생인 에코세대는 ‘더 이상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믿는 세대지만 ‘그래도 내 집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성향 때문에 에코세대는 최근 주택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에코세대의 부동산 투자열기는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까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부모 세대가 부족한 노후준비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리미리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것도 에코세대의 발길을 수익형 부동산 분양홍보관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충남 천안에서 분양 중인 A오피스텔 역시 분양홍보관을 야간개장하고 있다. 대부분 인근 산업단지 근무자로 평일 퇴근시간 이후 하루 평균 30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방문객 중에는 에코세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은행 대출을 70%를 받는다고 하면 실투자금 3000만~5000만원이면 가능하고 연 6% 수익률 기준으로 은행이자를 빼고도 1실당 50만원가량 수익이 난다”며 1실만 투자하려다 상담을 받고 나서 2실을 하는 투자자 비중이 20% 이상 된다”고 말했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전국 오피스텔 5곳(서울 은평·마포·마곡지구, 경기 평택, 충남 천안)의 계약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30대 에코세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마포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30대 비중이 20%로, 40대와 50대에 이어 세번째를 차지했다. 같은 시행사가 인근에 3년 전 분양했던 오피스텔의 계약자 중 30대 비중은 13%에 불과했지만 3년 새 비중이 7%포인트 올랐다. 서울 마곡지구 B오피스텔 역시 30대가 22%, 40대가 28%로 30·40대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현재 계약이 진행 중인 ‘평택 클래시아는 계약자 중 30대 비중이 무려 38%에 달한다. 40대(24%), 50대(18%), 60대(11%)를 압도하는 수치다. 30대 계약자 대부분은 인근 대기업 사업장 근무자로 평균 5000만원 미만 투자금을 갖고 대출을 받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 클래시아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과거 오피스텔 투자는 은퇴 준비를 하는 50·60대가 80%, 30·40대가 20% 비중을 보였는데 요즘은 30·40대가 절반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는 현금흐름이 좋은데다 대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30대 에코세대의 공격적 투자성향과 관련이 깊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기대수익률이 과거보다 훨씬 낮아져 은행이자의 2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젊은층이 대거 몰려드는 게 요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에코세대의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에코세대 대다수가 결혼을 안 한 상태이고,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전에 대출한도를 꽉 채워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자금여력이 탄탄하지 않은 30대가 쫓기듯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 몇 년은 문제가 없겠지만 향후 금리가 오르거나 공실이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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