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인터뷰] “대학로요? 지하철 타고 다녀요”, ‘로기수’ 유일
입력 2015-04-23 13:27  | 수정 2015-04-23 14:14
사진= 이현지 기자/ 디자인= 이주영
[MBN스타 김진선 기자] 그룹 서프라이즈 유일은 뮤지컬 ‘로기수에서 주인공 로기수 역으로 맹활약 중이다. 극 중 그는 탭댄스를 현란하게 출 뿐 아니라 민복심을 보고 사랑에 빠진 눈빛을 발산하기도 하며, 형 로기진과 팽팽하게 맞서기도 한다.

대학로에서 ‘유일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유일 역시 대학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유일은 같은 역할을 맡은 윤나무와 김대현, 로기진 역의 홍우진이 ‘대학로 아이돌 ‘대학로 프린스로 통한다는 말에 정말인가. 내가 몰라봤다”고 답하며 허허 웃는 데 이어, 공연이 끝나고 팬들이 기다리는 ‘퇴근길에 대해서도 이제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대학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만큼, 무대에 오르는 유일의 표정은 생생했다.

첫 작품 ‘로기수, 정말 어려운 역할”

유일은 ‘로기수 출연에 대한 물음에 함께 작품 하는 형들이 ‘길 가다가 벼락 맞은 것이라고 하더라”며 운이 좋기는 한 거지만, ‘오죽 힘들까라고 하더라. 작품을 오래 한 형들에게도 힘든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로기수는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탭댄스를 통해 자신의 꿈을 찾는 로기수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탭댄스는 기본이고, 형 로기진과의 갈등, 엄마에 대한 그리움, 첫눈에 반한 민복심을 향한 마음, 꿈을 향한 열정과 가슴 속의 아픔 등을 잘 표현해야 한다. 또, 북한 사투리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유일은 북한 사투리 연습에 대해 정말 빠져서 살았다. 문자를 보낼 때도 북한말로 보낼 정도였다”며 북한말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며 녹음을 한 뒤 쉴 새 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자는 앰나이, 구라탄을 후라이탄, 형을 성이라고 한다”고 덧붙이며 극 중 대사를 실감 나게 표현하더니, 역시 성이라고 하면 감정이 확실히 다른 것 같다”고 털어놨다.

2층에서 공연 보셨어요? 1층이랑은 또 다르죠. 제가 나무 형과 대현 형이 하는 공연을 모니터링하면서 2층에서도 공연을 봤는데, 정말 달라요. 관객분들이 2층에서도 작품을 봤으면 좋겠어요.

유일은 2층에서 공연을 봤다는 기자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2층에서 봤는가. 1층과 정말 다르다”고 말하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유일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2층에서 형들의 작품을 보며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로기수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는 형들의 무대를 보니 대현 형은 순수하고, 나무 형은 우직한 북한 인민군 같더라”며 작품을 준비할 때 나무, 대현 등 형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유일은 나무 형네 집도 가서 역할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형이 생각하는 역할에 대해 들으면서 연기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로기진의 홍우진과 김종구에 대해서는 두 형이 정말 다르다”며 우진 형은 상남자 같지만, 따뜻함이 느껴진다. 종구 형은 처음부터 따스함이 느껴졌지만 평소 장난도 친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유일은 또, 내가 친형이 없는데 작품을 통해 형들이 생겨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맏형인 서프라이즈에서 할 수 없는 막내 노릇을 ‘로기수을 통해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하루하루 알아가는 뮤지컬의 매력, 그리고 ‘로기수

사진= 이현지 기자
인터뷰 내내 유일의 진지함과 열정이 묻어났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도드라지는 동작과 반짝이는 눈동자는 유일의 앞길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유일은 하루하루, 무대에 오르며 뮤지컬의 매력과 무대의 맛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표정에서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심이 드러났으며, 무대에 서는 즐거움은 입가의 미소를 통해 나타났다.

유일은 프레스콜 때는 오마니(어머니)를 회상하면서 부르는 ‘그날의 기억이라는 넘버가 좋다고 말했는데 최근에는 ‘각오 높게 살라로 바뀌었다. 갑자기 정말 좋더라”며 솔직하게 관객들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일은 좋아하는 대사에 대해서도 매번 바뀐다”고 답하고 웃더니, 형에게 거짓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를 위해 애쓰는 형에게 ‘성도 성을 위해 살라고 하는데, 그 대사가 너무 슬프더라”고 대사를 읊으며 감정에 젖기도 했다.

그는 좋아하는 장면에 대해서 탭댄스에 빠지는 순간”이라며 극 중 로기수가 빨래 방망이, 꽹가리, 장기 두는 소리 등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장면을 꼽으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유일은 무대에 선 뒤 달라진 점에 대해 연기에 대한 생각인 것 같다. 본질에 다가가는 방법이 바뀌었다. 진심을 다하지 않으려면 솔직히 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힘 있게 말했다.

그는 뮤지컬의 매력에 대해 묻는 말에 고심하더니, 무대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점과 마음에 생기는 무언가가 있다. 약속을 정하고 올라가기 때문에 감정이 생겨도 기본은 지키려고 한다”며 무대에 오를 때 즉각적으로 오는 감정 들어온다. 상대 배우의 눈빛을 보고 느낌이 온다”고 말했다. 조금씩 무대의 맛을 알아가는 듯 했다.

무대에 설 때마다 아찔아찔해”

사진= 이현지 기자
유일은 얼마 전에 복면을 거꾸로 쓴 적 있다”고 말하며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복면을 썼는데 앞이 안 보이더라. 하지만 내가 복면을 뒤집어쓰면 극의 흐름이 바뀔 것 같아 그냥 춤을 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에 대해 마지막 장면에 형이 만들어 준 신발이 아닌 연습하던 신발을 신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로기수에서 로기진은 로기수에게 탭댄스 신발을 선물하고 마지막 장면에 무대 위에 그 신발을 살포시 올려놓게 된다. 하지만 장면에 푹 빠진 유일은 형이 준 신발이 아닌 연습하던 신발을 신고 무대에 올라갔던 것이다.

유일은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진심을 담아서, 감정을 이입을 해,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하는 데 이어,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물음에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뮤지컬을 하고 싶다. 밝고 설레는 작품이지만, 절절해기도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로기수 무대, 혼자 지하철 타고 온다”

유일은 대학로 퇴근길 문화에 대한 질문에 팬 분들이 타는 지하철이나 버스가 끊길까봐 걱정된다”며 정말 감사한데, 한편으로 집에 어떻게 갈지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특히 유일 역시 지하철을 탄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처음 공연 때는 격려해주려고 매니저 형과 다들 오셨지만, 공연을 할 때는 혼자 다니고 싶다”며 작품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고 혼자 오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를 다닌다고 설명했다.

아이돌이랍시고, 연예인이라고 대학로에 매니저와 함께 다니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유일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싫다. 그런 마음가짐은”이라더니,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 친하다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말하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로에 발을 들였으면, 아이돌이 아닌, ‘대학로 배우라는 것이 유일의 생각이다. 물론 대학로 배우들이 지하철만 타는 것은 아니지만, 받을 수 있는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자신 만의 길을 가는 유일의 모습에서 강단이 느껴졌다.

유일은 그래도 아이돌인데”라는 물음에 아이돌이 아닌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고, 그럼 ‘뮤지컬돌은 어떤가”라는 말에 그렇게 되도록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 다른 배우와 비교하거나 평가받을 수준도, 그 잣대에 오르지도 못한 것 같다. 우선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유일의 무대는 아직 채워나갈 곳이 많았다. 분명, 연기 뿐 아니라 넘버 역시 다른 로기수 역에 비해 성글 것이다. 하지만 유일은 확실하게 그 점을 직시하고 있었고, 자신이 채워나갈 방향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유일의 가능성은 기대를 더한다. ‘열심히 하는 배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는 유일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된 듯하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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