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특허연계제도 한달만에 의약품 분쟁 1000건 이상
입력 2015-04-22 14:2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사항으로 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된지 한달만에 의약품특허 분쟁이 1000건 이상 발생하면서 5조원 복제약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제도는 후발 복제약(제네릭) 개발 제약사의 허가 신청 사실이 특허권자(오리지널 의약품 보유 제약사)에게 통보되기 때문에 특허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복제약 시장 특성상 선진입은 제품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독점권은 시장 안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제약사들이 복제약 독점권 시행 전후로 일제히 소송을 청구한 배경이다.
20일 특허청에 따르면 2013년 49건에, 지난해 216건에 그친 의약품특허등제 목록에 대한 심판청구가 올해 4월 15일까지 1810건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15일 허가-특허 연계제가 시행된 후 한달 동안 의약품특허등제 목록에 대한 심판청구현황이 1230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특히 관련 소송이 증가한 것은 허가제를 앞둔 사전 포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소송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이 제네릭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특허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 등을 낸 것이다.
제약사들이 특허소송을 대거 청구한 것은 복제약 독점권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복제약 독점권이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회피한 의약품에 9개월 동안 독점기간을 부여한다. 자격은 최초 특허심판과 최초 품목허가 접수다. 최초 심판 청구일에 14일 이내 접수한 제약사들도 독점권 대상으로 병합된다. 다수의 제약사도 독점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제약 독점권을 획득하지 못한 제약사들은 9개월 동안 시장 진입이 제한된다. 그 동안은 특허권자로부터 소송이 제기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복제약을 팔수 있었다. 복제약 하나가 승소하면 다른 제약사들이 줄줄이 복제약을 내놓는 무임승차도 빈번히 일어났다.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시행되면서 복제약 시장은 움츠러 들 수 밖에 없다.

화학 분야 전문 변리사는 치밀하고 정교한 특허 전략 없이는 복제약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며 최근 중소 제약사들의 공동 소송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소한다면 참여 회사 모두가 9개월간 우선판매권을 받을 수 있지만 중소제약사들이 아무리 공동으로 움직여도 비용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이 제도로 국내에서도 복제약 춘추전국시대가 지나 몇몇의 제약사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 테바가 최초 복제약 전략에 따라 23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글로벌 제약사 10위에 오른 것 같이 국내에서도 특허 전략에 따라 소수의 복제약 회사가 살아남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제도의 시행으로 복제약 출시가 늦어지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늘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여러 경쟁사가 경쟁하면서 약값을 끌어 내리는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FTA 부속조항으로 시행이 불가피한데다 당장은 이 제도가 국내 제약사들의 숨통을 조여와도 장기적으로는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권을 남용해 복제약 판매가 늦어진 기간에 팔린 오리지널 약값의 30% 강제로 환수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에 다국적제약사가 무조건 판매 중단을 요청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취지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이런 입법이 특허권자의 권리를 제한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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