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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막 뛴다’ 느림보 LG가 더 무섭다
입력 2015-04-22 07:54  | 수정 2015-04-22 07:55
2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말 2사 만루상황에서 이진영의 볼넷 때 한화 정범모 포수의 판단 미스로 2루주자 정성훈까지 득점에 성공했다. 정범모 포수는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판단해 실책을 저지르며 추가 득점을 막지 못했다. 유먼이 태그아웃을 시키려 했으나, 공이 빠져 득점이 인정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치명적인 약점은 두 가지다. 시원한 홈런 타자가 없고, 화끈한 발 빠른 타자가 없다. 그래서 상대 투수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팀이 되기 쉽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쉐인 유먼도 그 중 한 명이다. LG를 만나면 참 편하다. 유먼은 2013년 7월16일 LG전부터 지난 8일 LG전까지 팀을 바꿔 가며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통산 LG전 5승 평균자책점 3.28로 유독 강했다.
그런 유먼이 무너졌다. 지난 21일 잠실 LG전서 5⅔이닝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안타를 6개 맞았고 볼넷은 5개나 내줬다. 결국 LG는 유먼이 마운드에 오른 경기서 10-0의 완승을 거뒀다.
이날 LG는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작심하고 나섰다. 천적 유먼을 흔들기 위한 승부수였다. 모든 주자는 뛸 준비를 했다. 심지어 팀 내에서 발이 가장 느린 포수 최경철조차 출루 이후 몸을 가만히 있지 않았다.
3회말 선취점은 오지환의 애매한 우중간 안타 때 2루에 있던 최경철의 주루 플레이에서 나왔고, 5회말 유먼을 무너뜨린 것은 오지환의 2연속 도루와 정성훈의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였다.
한화 포수 정범모의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가 있었지만, 그 틈을 노린 것은 준비된 LG 선수들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였다. 이날 LG는 3개의 도루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한화 내야진을 흔들었다.

LG는 올 시즌 도루 15개를 성공시켰다. 성공 개수로는 5위에 올라있지만 성공률은 0.625(7위)로 낮다. 또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9개의 도루 실패와 13번의 주루사를 기록했다. 효율적인 주루는 아니다.
하지만 거포 없는 느린 LG가 잠실구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최태원 3루 주루코치는 올 시즌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주문하고 있다. ‘죽어도 된다는 과감성을 선수들에게 심어 뛰는 습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LG 선수들이 죽어도 계속 뛰는 이유다. 최 코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기습적으로 뛰고 디테일하게 주루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LG 선수들도 최 코치의 주문을 몸에 익히고 죽는 두려움을 지웠다.
이 덕분에 시즌 초반 도루 부문 10위 내에 2명의 LG 선수들이 포진했다. 오지환이 7개로 공동 3위, 김용의가 4개로 공동 8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LG 팀 내에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이른바 ‘자살특공대. 때론 발 빠른 주자보다 언제 뛸지 모르는 9명의 게릴라 부대가 더 무섭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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