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원 "ELS 시세조종은 집단소송 대상"…소송 봇물 터지나
입력 2015-04-20 16:43 

대법원이 주가연계증권(ELS) 시세조종에 의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을 허가하면서 과거 논란이 일었던 일부 종목형 ELS에서 투자자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종목형 ELS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많이 발행됐기 때문에, 당시 발행된 ELS 가운데 만기 손실상환된 ELS중 일부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법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 모씨(60)와 최 모씨(40·여) 등 투자자 2명이 한화투자증권(구 한화증권)과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 허가 신청 사건의 유래는 2008년 4월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화증권은 포스코 보통주와 SK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한화스마트 ELS 10호‘를 발행했다. 한화증권은 양씨 등 투자자 437명에게 68억7660만원 어치의 ELS를 판매했다. 한화증권은 실제 ELS의 백투백 헤지‘(위험회피) 운용사로 RBC와 새로운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해당 상품은 1년 만기로, 3개월 단위로 조기 및 만기 상환을 할 수 있었다. 포스코 보통주는 49만4000원, SK 보통주는 15만9500원을 기준으로 3개월 단위 종가가 각각 기준가의 90%, 85%, 80%, 75% 이상이면 액면가의 22%를 투자자들이 추가 수익금으로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다. 만기 때 발행 당시 기준가의 75%를 밑돌더라도 운용 기간 중 기준가의 60%로 설정된 원금손실 조건(Knock-In) 미만으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수익상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포스코와 SK 모두 녹인 기준을 하회했다. 이에 따라 두 기초자산 가운데 어느 한 종목이라도 상환일 종가가 만기 상환기준 가격(발행가격의 75%)에 못미치면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의 25% 이상을 손해보게 돼 있었다.
문제는 만기 상환기준일인 2009년 4월22일 발생했다. 실제 투자자들이 22%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범위에서 SK 보통주가 거래되고 있었지만, RBC 등이 주식시장 마감 10분 전부터 SK 보통주를 투매해 해당 주식 가격은 11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해 수익상환 기준가격인 11만9625원을 불과 625원 하회했다. 결국 투자자들은추가 수익은 커녕 투자 원금의 75.6%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양씨 등은 RBC의 행위는 자본시장법에서 금하는 부정거래에 해당해 손해배상 대상이 되므로 집단소송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현행법상 시세 조종 ‘이후의 거래로 손해를 본 경우만 집단소송을 할 수 있다‘며 이미 상품을 보유했던 양씨 등은 소송 요건이 안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RBC의 행위를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부정거래로 인정하고 집단소송을 허가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ELS 집단소송 허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니고, ELS 헤지 운용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법원에서 인정될 지는 앞으로 개별 소송을 통해 지켜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2009년부터 ELS 만기상환 기준가격을 종가 3일 평균으로 하도록 유도했고, 한국거래소도 같은해부터 만기일 마감 직전 ELS 증권사의 호가제출을 금지하는 등 안전장치를 강화했기 때문에 시세조종에 의한 피해 규모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세조종 논란이 있었던 일부 종목형 ELS는 손해배상 소송이 뒤따를 수 있다. 지수형은 증권사의 매매로 시세를 움직이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종목형의 경우 ELS 운용 증권사들이 만기를 앞두고 기초자산의 주가가 기준가에 근접할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미리 매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종목형 ELS 발행 비중은 10% 미만으로 줄었다. 결국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발행된 종목형 가운데 만기 손실상환된 ELS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의 ELS 담당자는 최근 지수형 상품 비중이 높아져 시세조종 논란이 발생할 우려는 줄었다”면서도 향후 판매과정에서 ELS의 상환 구조에 대해 잘 설명하고 완전판매를 하게끔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석민수 기자 / 김세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