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엉터리 CSI팀, 과학수사증거 부실 들통나
입력 2015-04-20 12:45 

살인범죄 현장에서 찾아낸 머리카락 한 올으로 범인을 잡는 CSI(과학수사대)는 역시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걸까.
최첨단 과학 수사로 명성이 자자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과학수사팀 조사관들이 과거 형사사건 재판에서 부정확한 검사 결과를 토대로 과장된 증언을 한 오류가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과학수사 증거로 패소한 일부 피고들은 이미 사형까지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FBI 정밀모발검사팀 소속 조사관 28명 중 26명이 2000년 이전까지 20여년간 법정에서 결함이 있는 증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조사관은 당시 현미경을 이용한 모발 외견 비교 검사를 통해 용의자의 모발과 범죄현장의 모발의 일치 여부를 증언했는데 과장 증언을 한 재판이 현재까지 확인된 268건 가운데 95%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범죄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한 검찰에 유리하도록 증언을 했다는 얘기다.

이런 모발비교 과학수사의 결함으로 인해 지난 2000년 이후 형사재판에서 모발 비교검사는 특정인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는 데에만 사용되거나 DNA 검사와 함께 이용하도록 규정이 변경됐다.
법무부와 FBI 등 당국도 성명을 내고 해당 내용을 인정했다. 당국은 성명에서 해당 피고인 측에 조사 내용을 알리는 한편 모발 분석과 다른 법의학 조사 부문에서 정확도를 높이겠다고”고 말했다. 사실상 과거 과학수사의 오판을 인정한 것이다. 이같이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판명된 조사관이 참여한 재판 피고인 중 32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 가운데 14명은 이미 사형이 집행됐거나 교도소에서 사망했으며 추후 무죄로 밝혀져 혐의를 벗은 사람도 4명으로 집계됐다.
WP는 FBI 조사관의 수사와 증언에 결함이 있다고 해서 피고자들이 모두 억울하게 유죄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개인의견에 날조된 증거를 수십년간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은 사상 최대의 법의학 관련 스캔들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은 WP가 2012년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전미형사피고인 변호사협회(NACDL) 등이 1979∼1999년 FBI의 모발 비교검사 결과가 반영된 재판 결과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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