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장지대 성수동 `제2 경리단길`로 뜬다
입력 2015-04-19 17:08 
단독·다가구를 리모델링한 레스토랑·카페·공방 등이 들어서고 있는 성수동 서울숲길 주택가 전경. [이충우 기자]
일본 도쿄에서 근무하는 김은주 씨(33). 최근 휴가 차 오랜만에 서울 성수동을 찾았다가 예전과 달라진 풍경에 깜짝 놀랐다. 낡고 을씨년스러운 공장과 창고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 전시장과 카페가 거리 곳곳에 숨어 있었다. 낡은 주택가 골목길에도 수제 잡화 매장, 디자이너 작업실 등이 생겼다.
김씨는 "일본도 창고를 리모델링한 매장이 빈티지한 감성과 모던함이 어울려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서울숲 공원도 가까워 연인들이 데이트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제2의 경리단길'로 변신하고 있다. 빈 공장과 창고에서는 전시회와 패션쇼가 열리고 단독·다가구주택은 예술가·디자이너의 작업실,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바뀌고 있다.
성수동 1·2가를 둘러보니 주택가에 가게가 뜨문뜨문 생기기 시작했던 2년여 전 이태원 경리단길과 비슷했다. 성수동 상권은 서울숲 공원 앞 주택가 '서울숲길'과 성수~뚝섬역 일대로 나뉜다.

서울숲길은 단독·다가구주택 1~2층을 개조한 레스토랑과 커피숍, 신발·가방 등 패션잡화점, 공방 등 7~8곳이 영업 중이다. 젊은 층이 창업한 '아르콘(문화예술사회공헌 네트워크)' '위누(신진 예술가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개발)' 등 소셜벤처 20여 개도 현대식으로 고쳐 사무실을 냈다. 리모델링 공사 중인 다가구주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성수역 일대는 국내외 패션쇼·콘서트 장소로 활용 중인 '대림창고'를 비롯해 창고를 리모델링한 스튜디오, 아트갤러리 등이 문을 열었다. 간판이 없거나 외관이 노후한 옛 모습 그대로여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성수동이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저렴한 임대료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신흥 상권이다 보니 보증금은 33㎡(10평) 기준 보증금 1000만~3000만원에 월세 50만~100만원으로 저렴하다. 권리금이 없는 경우도 많다. 홍대나 경리단길보다 절반 이상 싸다.
성수동 일대 단독·다가구주택, 중소형 빌딩도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숲 공원 인근 매매가 활기를 띠었다. 시세는 3.3㎡당 2700만~2900만원 선이지만 3600만원에도 실거래됐다. 배우 원빈 씨도 근린주택을 사들여 화제가 됐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성수동은 '핫플레이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처럼 대중교통과 대형 공원, 젊은 문화 등 요즘 뜨는 상권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로수길은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한강둔치공원이 가깝고 인기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와 편집숍 등이 있어 최신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경리단길도 6호선 녹사평역에서 10여 분 거리인 데다 앞뒤로 용산가족공원과 남산공원이 있으며 이태원의 자유롭고 이국적인 분위기와 퓨전 레스토랑 등으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측면에서 성수동도 잠재력이 크다. 2호선 성수·뚝섬역과 분당선 서울숲역 등 지하철 2개 노선이 지나고 35만평의 서울숲 공원이 바로 옆에 있다. 유휴 건물을 이용한 문화·예술 공연과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등 20·30대가 주목하는 '공유 문화'가 싹트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새로 들어선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는 벤처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임차료가 싼 곳을 찾아 사무실이 입주하고 뒤를 따라 레스토랑, 커피숍 등 맛집이 계속 들어설 것"이라며 "문화·예술과 한강변 재개발, 도시재생 사업 등 호재가 맞물려 상권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권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대기업이 들어오고 임대료가 뛰면서 예술가 등 초기 세입자가 내쫓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권도 가꾸기 나름"이라며 "시세 차익 등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 성수동의 스토리를 살릴 수 있게 건물주와 상인이 상권을 함께 발전시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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