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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약장수’…“난 아버지니까, 오늘도 웃는다”
입력 2015-04-19 09:26 
사진=포스터
모두가 손가락질하기 바빴던 약장수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이토록 눈물샘을 자극할 줄이야…. 아버지의 삶이 또 다시 관객을 울리게 됐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대중들의 눈에 비친 홍보관 속 약장수는 외로운 할머니들을 모아 놓고 장사하기 바쁜 사기꾼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놓친 부분이 있다. 친자식보다 더 살갑게 그들을 대하는 것도, 그들이 진짜 원하는 ‘대화를 할 줄 아는 것도 약장수다. 때문에 오히려 자식들보다 진짜 孝를 실천하는 이들이 홍보관 약장수 일지도 모른다.

영화 ‘약장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홍보관에 취직해 아들을 연기하는 일범(김인권 분)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담았다. 대중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베일이 벗겨진 적이 드문 ‘홍보관 약장수가 소재라 신선하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배우 박철민과 김인권이 다시 한 번 만났기에 자칫 코믹적인 부분을 기대케 한다거나, 소재 자체가 주는 느낌 때문에 관객의 많은 호응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노인을 대하는 사회와 자식들의 태도, 평범한 가장의 말 못할 고충이 담겨 구슬프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연신 질문을 던지고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 소비하는 영화와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극중 대사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고 당당히 말하는 홍보관 점장 철중(박철민 분), 안 바쁠 때 두 시간만 애미랑 놀아주지 않을래?”라며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말하는 옥님(이주실 분)의 대사가 바쁘다고 부모님을 외면한 자식과 현재의 가족 형태, 노인을 대하는 사회의 다소 소극적인 태도에 일침을 가한다.

소재와 이야기가 아무리 설득력이 있어도 이를 관객에게 전하는 전달자인 배우의 연기가 빛나지 않았다면 무용지물이다. 아버지인 김인권은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홍보관 약장수가 되는, 될 수밖에 없는 일범 역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리얼한 연기와 일범 그 자체를 입은 그 덕분에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주위에 있을 법한 소시민 가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일찌감치 가발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채 웃는 듯 우는 듯한 포스터 속 그의 모습을 통해서 드러난 바 있다. 포스터를 통해 느꼈던 애절함이 영화에선 배가 되어 관객을 자극하고 있다.

거기에 일범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악인이자 미래의 일범인 철중 역의 박철민까지 흠 잡을 데 없다. 얄밉게 사탕을 먹는 장면부터 일범을 교육시키기 위해 그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는 장면, 악하다 못해 악마 그 자체인 장면 등 캐릭터의 성격이 살아 숨 쉰다.

때문에 단순히 사기꾼으로만 인식했던 홍보관 약장수 역시 누군가의 자식이자 아버지, 남편임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달라는 건 절대 아니다. 정보 전달과 인정, 이해 그 사이가 제대로 조절됐다.

무엇보다 관객들에겐 미지의 세계인 홍보관의 리얼함을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엄청났다. 감독과 제작진은 수많은 홍보관을 직접 방문해 현장 조사했고, 작품 속 배경 역시 세트장이 아닌 실제 인천의 한 홍보관의 모습이다. 보조출연자 역시 실제로 홍보관에 다니는 할머니들이다. 특히 촬영 중 일범의 감정에 동화된 어머니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있다.

평범한 가장의 웃픈(웃기고슬픈) 이야기를 홍보관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녹여내 가족, 효 등으로 완성시킨 ‘약장수. 웃고 즐길만한 볼거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이 사회에 던져야하는 질문과 가족의 힘으로 버티는 가장의 삶, 고령화를 대하는 사회의 소극적 태도 등 묵직한 메시지로 액션과 로맨스, 코미디가 판치는 극장가에 중심을 잡을 것이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던 감독의 욕심이 아쉽다. 오는 23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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