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에드워드 권의 꿈 “역사에 남는 셰프가 되고 싶다”
입력 2015-04-17 18:15  | 수정 2015-04-19 17:01


에드워드 권.

요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스타 셰프‘다. 한국이름 권영민(45).

강원도 영월 출신인 그가 유명세를 타게된 것은 7성급 호텔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수석총괄조리장 출신이라는 배경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7성급이라는 호텔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에 매료된 외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7성급 호텔이라고 극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경양식집 홀서빙과 주방 보조로 시작해 세계 최고의 호텔 셰프를 거쳐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그와 마주 앉았다.



에드워드 권을 만난 곳은 그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홀 전면을 향해 개방돼 있는 주방에 서 있는 그에게선 섬세한 요리를 만드는 장인보다 전투에 나선 장수의 풍모가 느껴진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10여 명의 동료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선 두바이 '꿈의 호텔‘에서 한국행을 선택한 그의 결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에드워드권에게 요리란 삶 자체이자 생존의 도구였다. 때문에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은 그의 레스트랑은 단순히 요리를 파는 곳이 아니라 손님들과 치열하게 마주하는 공간이다. 셰프의 길에 들어선 것도 삶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강원도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신학대에 들어가 목회자가 되려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목사에 대한 꿈을 접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그러나 생면무지인 서울에서 그가 처음 맞닥뜨린 것은 굶주림이었다. 그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경양식집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기술도 없고, 경험도 없는 '시골 소년에게 맡겨진 일은 단순한 홀 서빙이었다. 그는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주방 보조 업무까지 맡았고 거기서 그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만약 당시 그 촌뜨기 소년이 홀 서빙만 계속 했더라면, 아마 지금의 에드워드 권은 없었을 것이다.



에드워드 권과 함께 있는 10여명의 동료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들은 때론 독설과 날카로운 지적에 남모를 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셰프‘의 꿈을 키우는 이들과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려는 에드워드 권은 이러한 시간마저 추억이 될 것으로 믿는다.



에드워드 권은 무슨 생각으로 요리를 할까? 그는 ‘굿 쿡(Good Cook), ‘굿 셰프(Good Chef)라는 말을 자주한다.

제가 아무리 인정받는 셰프라도 제 음식이 최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학처럼 요리는 정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음식을 먹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르기 때문이죠. 저는 제 요리를 드시는 분들의 51%가 만족하면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그 51%를 사로잡기 위해 제 나름의 메시지를 요리에 불어넣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그가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은 ‘한식‘이다. 그의 요리는 한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에드워드 권은 그의 작품을 맛 본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한) 요리의 기본은 한식이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화려한 경력과 누구도 인정할만한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에게 요리는 만들면 만들수록, 새로운 것을 접하면 접할수록 어렵다. 자신의 기준을 51%의 입맛에 맞췄지만 49%에 대한 두려움도 항상 품고 있다.





에드워드 권은 연간 7~8회 해외 행사에 마스터 셰프로 초청받아 한국 요리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해외 행사에 설 때마다 태극마크를 단 기분이다. 요리계의 박찬호, 박지성, 김연아인 셈이다.

자신의 요리에서 느끼는 맛과 이미지가 곧 한국의 이미지라는 생각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몇 년 전 어느 해외 초청 행사에서 "제 요리를 드시면 반드시 한국에 가 보고 싶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것도 이런 자신감과 배짱에서 나온다.

최근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동 중인 후배 셰프들의 모습을 보면 대견한 생각이 든다. 자신이 대중들에게 처음 알렸던 ‘스타 셰프란 이미지를 후배들이 더 왕성하게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도 된다. 방송은 셰프를 통해 음식과 음식문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가끔은 셰프와 요리가 예능과 재미를 위해 이용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권에게 열정을 불사르고 싶은 꿈을 물어봤다. "나만의 브랜드로 역사에 남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마 조만간 그의 꿈을 위한 첫 발걸음이 시작된다.


국내 셰프로는 처음으로 100% 해외 자금만으로 러시아에 자신의 브랜드를 딴 음식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 곳에선 한국에서 개발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한식을 선보인다. 세계인의 셰프가 되기 위한, 에드워드권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기획·글 = 이길남 / 사진 =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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