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 400명이 익사하면서 난민 문제가 유럽연합(EU)의 고민거리로 다시 떠올랐다. 인권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산 EU는 난민 문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현실적 외면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16일(현지시간) EU 전문매체 유랙티브 등에 따르면 인권운동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전날 성명을 내고 올해 지중해에서 희생되는 난민이 급증한 것은 EU 당국과 회원국들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앰네스티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야 EU는 현재의 수색 및 구조 작업이 불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할 것인가”라며 EU의 대응을 강조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은 3072명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EU측은 국제사회 요구에도 자금과 정치적 지원이 부족하다며 발을 빼고 있다. 나타샤 베르토드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는 지중해 난민 구조작전을 펼칠 돈도 없고 정치적 지원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 반이민적 시각이 강한 우파가 득세하면서 난민 대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일부 국가들은 이탈리아 해군의 난민 구조작전이 밀입국을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해상 난민 구조 작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EU 차원에서 골치아픈 난민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U 집행위는 내달 종합적인 난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담당 집행위원은 지중해를 통한 난민 유입 폭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적절한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리비아 해안에서 105명을 태우고 출발한 난민선에서 이슬람교도 난민들이 기독교를 믿는 12명의 난민을 바다의 던진 혐의로 이탈리아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난민 대부분이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 출신이었으며 이들 가운데 15명이 소수인 나이지리아와 가나 난민에게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가하고 결국 12명을 바다에 던졌다고 밝혔다. 남은 생존자들은 인간사슬을 만들어 이슬람교도 난민들의 공격에 저항해 위기를 모면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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