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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편성24시②] SBS 박기홍 편성기획 팀장 “주말극 폐지·예능 투입, 2년 걸렸다”
입력 2015-04-13 16:16 
사진=SBS 제공
[MBN스타 이다원 기자] 올해 SBS 편성은 개혁에 가까웠다. 오랫동안 유지하던 2편의 주말드라마 체제 대신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과 한 편의 주말드라마로 바꾸면서 시청률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언론에서도 이런 혁신에 대해 호평했고, SBS 기세도 제법 살아났다.

최근 MBN스타와 만난 SBS 박기홍 편성기획 팀장은 이런 성공적 개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주말드라마 자리에 예능 콘텐츠를 넣으며 자사 시청률에 심폐소생한 그에게 편성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물어봤다.

Q. 이번 개편에 대한 평가가 좋다. 가장 크게 중점을 둔 건 무엇인가.

A. ‘주말 오후 9시 시간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SBS 개국 이후 만 23년째 드라마를 하던 시간이었는데 그걸 뺀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그런 시간대에 드라마 아닌 다른 장르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어 조율하는 게 어렵기도 했다. 이번 주말드라마 폐지에 2년이나 걸렸다는 것만 봐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강하게 이번 개편을 추진했다.



Q. 개편 반응을 보고 내부에서 어떻게 평가했느냐.

A. 80점 정도 수확을 얻었다고 말한다. 또한 시청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화제 양산이나 광고시장의 반응 등을 따졌을 때 SBS 주말 밤이 살아났다는 평가다.

Q. 타사에 비해 SBS 편성기획팀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A. 드라마 라인업 결정에 관여한다. 드라마본부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데, 이게 타사와 조금 다른 부분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과학적 편성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해 리서치, 타사 프로그램 연구, 해외 동향 연구, 광고 시장 분석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 포지셔닝 리포트를 만들어 제작 PD들과 공유한다. 채널이 워낙 많아진 탓에 제작진의 감으로만 콘텐츠를 만드는 건 안 될 것 같다.

Q. 어떻게 보면 편성기획팀이 프로야구의 데이터 분석관 같다는 느낌인데?

A. 아무래도 제작본부와 제작환경을 알지 못하면 편성을 하기 어렵다. 나 역시 처음 편성으로 입사했지만 이 팀에서 2년만 일했을 뿐, 이후 20년간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몸 담아왔다. 편성을 위해 제작 인원과 비용이 고려되는데 이런 부분을 파악하기 용이하다.

사진=SBS 제공


Q. 아무리 현명한 편성 전략이라도, 폐지되는 프로그램 제작진에겐 원성을 들을 법 한데?

A. 사실 욕을 안 먹을 순 없다. 대립하는 가치들이 있지 않으냐. 편성국은 A프로그램이냐, B프로그램이냐 선택하는 곳이라 이런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도 자신의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기분이 썩 좋진 않을 거다. 다만 편성기획 팀원들이 굉장히 치밀하고 논리적인 개편을 지향하고 있다는 건 알아줬으면 한다.

Q. 예전에 비해 편성 시 어려운 점이 있을까.

A. 과거 편성 땐 MBC, KBS 등 다른 지상파만 고려하면 됐지만, 이젠 지상파 경쟁만 생각하면 안 되는 시대다. 예를 들어 밤10시 미니시리즈를 지상파3사에서 일제히 방송하는데 ‘이게 올바른 패턴이냐, 케이블방송은 예능을 배치하지 않았느냐라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신생 채널은 흥행한 프로그램 1-2개 정도로 큰 파급력을 낼 수 있지만 지상파는 시청률 전투에서 모두 이겨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을 안고 있다. 공익성, 공영성과 수익성까지 모두 얻어야 하지 않느냐. 하지만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하면 ‘지상파가 어찌 그럴 수 있느냐는 원성이 쏟아지고, 소위 ‘착한 프로그램을 하면 ‘역시 지상파는 고루해라는 평가를 듣는다. 아마 이 부분은 지상파 편성국 모두의 고민이지 않을까 싶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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