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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 마법을 일으킨 '한 통의 편지'
입력 2015-04-13 11:06 
지난 11일 창단 첫 승을 올리고 기뻐하는 kt 위즈 선수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막내 kt 위즈가 지난 4월 11일 역사적인 창단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내친김에 연승까지 내달렸다. kt는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 두 경기를 잡아내며 지긋지긋한 11연패에서 탈출한 데 이어 분위기 상승세 속에서 오는 14~16일 홈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첫 승과 첫 연승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계속됐다. 코칭스태프는 끼니도 거르고 선수들을 지도했고, 선수들은 휴식 없이 고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지칠 법했던 선수단을 깨운 것은 ‘10번타자라 불리는 팬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이었다.
최근 kt 선수단 앞으로 <조범현 감독님 그리고 kt 선수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장문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A4용지 2장 분량의 이 글은 구단 공식 앱 wizzap(위잽)을 통해 선수단 앞으로 날아왔다. 수원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hansoo1204의 진심을 담은 구구절절한 메시지였다. 이 팬은 연패, 첫 승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아 주세요. 저희는 승패와 관계없이 kt가 서서히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연패는 kt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기 위한 시련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팬들은 이 모든 과정을 응원할 준비가 되어있어요”라고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이 글은 10연패에 빠져있던 지난 10일 경기를 앞두고 전력 분석 미팅 시간에 선수단에 공유됐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낭독됐고, 선수들에게 인쇄물로 따로 배부되기도 했다. kt는 당일 경기는 졌지만 11일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연승까지 내달리면서 팬들의 성원에 부응할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은 첫 승을 해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재 수비코치는 끝까지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선수들에게 ‘팬들도 이렇게 응원해주시는데 연패에 연연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했다”며 감동적인 응원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칫 패배의 무기력함에 빠질 뻔 했던 선수들의 마음 역시 뜨거워졌다. 박경수는 정말 많이 감동을 받았고 짠했다. 선수들 모두 그렇게 느꼈다”며 팬들이 이렇게 응원해주시는데 첫 승이 길어져 죄송했다”고 말했다. 신예 이지찬의 반응은 좀 더 격정적이었다. 이지찬은 그 글을 읽고 정말 울 뻔했다. 역시 팬들이 있으니까 힘이 난다. 우리를 그렇게 응원해주는 분이 계시는데 힘을 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동명도 팬들께 늘 미안했다. 경기에서 지고 인사하러 나갈 때마다 팬들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첫 승을 하고 처음으로 팬들을 쳐다볼 수 있게 된 것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김사연 역시 우리를 이렇게 응원해주는 팬이 있구나 싶어 정말 고마웠다”며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인 팬의 메시지에 감사를 표했다.
선수단을 향한 ‘10번타자의 진심은, ‘마법사 군단을 움직이는 가장 큰 마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8일 연패에 빠져있던 kt 위즈에 힘을 주고 있는 한 팬의 응원 문구.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chqkqk@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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