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자굴’만 가면 끈끈한 KIA, 수비 하나가 ‘화근’
입력 2015-04-10 23:14 
KIA의 김기태 감독은 사자의 첫 사냥 성공을 위해 총력을 쏟았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KIA는 지난 5년간 삼성 앞에만 서면 움츠려들었다. 89전 28승 1무 60패로 크게 뒤졌다. 특정 시즌만 그런 게 아니다. 해마다 12승씩을 갖다 바쳤다. 삼성이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하는데 적잖은 공물을 올린 KIA였다.
양의 해에 펼쳐진 사자와 호랑이의 첫 대결. 3연승과 3연패로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대구서 만났다. 자연스레 무게는 삼성에게 쏠렸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호랑이는 ‘사자굴 달구벌에 가는 걸 더 좋아했다. 지난해 전적은 4승 12패. 홈에서 1승 7패로 힘 한 번 못 썼지만, 원정에서 3승 5패로 나름 대등하게 맞섰다.
NC와의 주중 3연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KIA는 선취점을 뺏겼다. 또, 1회부터 실점했다. 험버는 나바로에게 선두타자 홈런을 허용했다. 3경기 연속 1회 실점으로 매번 출발부터 꼬였다. KIA는 NC를 상대로 추격을 펼쳤으나 끝내 쫓지 못했다.
하지만 NC를 상대하는 자세와 삼성을 상대하는 자세는 달랐다. 달구벌에서의 호랑이는 끈질겼다. 실점하면 곧바로 득점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1, 2-2, 그리고 3-3. 동점만 세 번이었다.
단, 결정적으로 뒤집지를 못했다. 역전 기회는 분명 있었지만 결정타가 없었다. 1-1로 맞선 2회 2사 1,3루에서 김주찬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더니, 3회 1사 만루에서 이범호는 평범한 내야 땅볼로 병살을 기록했다.
강한울의 3루타로 3-3 동점을 만든 뒤에도 다르지 않았다. 흐름은 분명 KIA에게 넘어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6회 2사 3루와 8회 2사 1,2루로 득점권에 나간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8회에는 강한울의 안타 때 2루 주자 나지완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가 아웃됐다. 2사 만루가 아닌 과감한 도전을 택한 KIA로선 가장 뼈아픈 순간이었다.
총력전이었다. 놓칠 수 없는 한판이었다. 연패도 끊고, 삼성과 악연도 끊어야 했다. NC전서 부득이하게 쉴 수밖에 없었던 윤석민을 10회부터 가동했다. 최악의 경우, 12회까지 3이닝을 다 맡기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절대 패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하지만 믿었던 윤석민이 고개를 숙였다. 그를 도와야했던 수비 하나가 문제였다. 연장 11회 첫 타자 구자욱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큰 위기는 아니었다. 이어진 박찬도의 희생번트가 높이 뜨자 박기남이 일부러 땅에 떨어뜨린 것. 병살로 처리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곧바로 1루로 던져 타자를 아웃시킨 뒤 주자 구자욱을 런다운으로 몰았다. 그러나 2루에 있어야 할 강한울이 떨어져 있으면서 허무하게 살렸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으나 어이없는 실수였다. 결과적으로 희생번트 성공인 셈. 윤석민은 이후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내보낸 뒤 박해민과 승부를 벌였으나 초구에 결승타를 얻어맞았다. 3-4의 쓰라린 패배.
대구에서 KIA는 역시 끈끈했다. 삼성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KIA는 10안타 1홈런 6사사구를 기록하고도 3점에 그쳤다. 1점만 더 땄으면 됐지만, 그 1점을 끝내 얻지 못했다.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