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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의 무력시위 “태인이형 긴장되시죠?”
입력 2015-04-10 23:05 
채태인의 1군 복귀 무대였던 10일 대구 KIA-삼성전에서 그보다 더 빛난 건 대신 들어간 구자욱(사진)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10일 삼성전을 앞두고 KIA 선수단에선 볼멘소리가 나왔다. 대구구장에 오니 뜻밖의 얼굴이 반겼기 때문. 2군에 있어야 할 채태인이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것. KIA에서는 왜 하필 오늘이야”라는 농담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채태인이 가세한 삼성 타선을 상대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그 부담은 채태인도 다르지 않았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채태인이 1군서 자리를 비운 사이 삼성은 구자욱이라는 ‘차세대 스타가 탄생했다. 잘 생긴 외모 못지않게 출중한 기량까지 갖췄다. 채태인의 1군 등록 하루 전날에는 롯데전에서 9회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채태인으로선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 없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 채태인은 내 자리가 어디있나. TV 중계로 꾸준하게 경기를 챙겨봤다. 구자욱만 집중해 지켜보진 않았다. 삼성은 물론 다른 경기까지 보며 상대할 투수들을 체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릎 통증이 아직 남아있으나 1군에서 뛰고 싶어 올라갔다. 남은 134경기 동안 (2군으로 내려가지 않고)버틸 것이다”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7일 첫 실전을 치른 채태인은 퓨처스리그 3경기만 뛰고 바로 1군에 올라갔다. 3연승과 함께 2위로 올라섰지만 삼성이 ‘완승을 거둔 경기는 많지 않았다. 팀 타율도 2할5푼3리로 7위였다. 타격 센스가 뛰어난 채태인의 한방을 기대했을 터다.
그러나 채태인의 복귀 무대에서 빛난 건 채태인이 아니라 구자욱이었다. 삼성은 구자욱을 대타 요원으로 두고 채태인을 1루수 겸 3번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나 채태인은 1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더니 3회 볼넷 출루 후 왼 옆구리 통증으로 교체 아웃됐다. 필립 험버의 초구를 치는 과정에서 왼 옆구리에 통증을 느낀 것. 이를 참고 볼넷을 얻었으나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서 구자욱과 교체됐다.
더그아웃에서 채태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구자욱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2-2로 맞선 5회 타석에 선 구자욱은 험버의 141km짜리 낮은 속구를 쳐 가운데 펜스를 넘겼다.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큰 타구였다. 구자욱의 시즌 3호 홈런. 삼성이 앞선 5회 수비서 김주찬에게 1점 홈런을 맞아 동점을 허용했던 터라, 흐름을 다시 가져오는 한방이었다.
구자욱은 6회에도 출루했다. 2사 1,3루서 심동섭으로부터 볼넷을 얻은 것. 2사 만루라는 황금 찬스를 4번타자 최형우에게 만들어줬다. 최형우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게 옥에 티.

구자욱은 이틀 연속 영웅이 됐다. 8회 2사 2루의 차려진 밥상을 살리지 못했지만, 연장 11회 선두타자로 나가 야구센스를 뽐냈다. 윤석민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박찬도의 희생번트 아웃 시 ‘런다운에 걸린 것. 그러나 KIA의 압박 수비를 피해 2루서 세이프가 됐다.
구자욱이 천금 같이 살린 찬스를 삼성은 놓치지 않았다. 이승엽의 고의사구로 계속된 2사 1,2루서 박해민이 끝내기 안타를 쳤다. 구자욱은 2루에서 홈까지 내달리며 결승 득점을 올렸다. 스포트라이트는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박해민에게 쏠렸으나, 그 발판을 마련한 진짜 영웅은 구자욱이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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