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시 훈풍이지만…나를 ‘열받게 만드는’ 펀드
입력 2015-04-10 15:19 

#. 3년 전 ‘프랭클린템플턴 파워리서치 펀드에 가입한 직장인 김 모(43)씨는 매월 펀드 수익률 통보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화가 치민다. 가입 당시 2000선을 밑돌았던 코스피가 현재 2100선을 향해 올라가고 있지만 이씨가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은 -13%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운용사의 리서치 역량을 총동원한 유망 펀드라는 설명을 믿고 가입했는데, 해당 운용사에 항의하니 ‘경기전망을 잘못했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펀드는 현재 설정잔고가 10억원에 불과해 청산 위기에 놓인 상태다.
최근 코스피가 2050선을 넘어 3년 8개월 만에 박스권 상단인 21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절반에 가까운 국내주식형 펀드는 여전히 최근 3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이 저조한 펀드의 대부분은 특정 그룹주에 투자하는 테마형 펀드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펀드의 경우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불과 3~4년 전만 해도 대표 펀드로 육성하겠다며 투자자들에 추천했던 상품이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국내주식형 액티브 펀드 523개의 최근 3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256개(48.9%)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3년 전 1997.08에서 지난 9일 기준 현재 2058.87로 3.1%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운용 역량이 기대 이하 수준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 3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중인 256개 가운데서도 56개 펀드는 -10% 이하였다. 가장 성과가 나쁜 펀드는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 펀드로 최근 3년 -21.03%, 최근 2년 -10.54%, 최근 1년 -10.72%로 꾸준히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는 삼성·현대차·LG·SK·CJ 그룹주를 주로 담고 있는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높은 삼성그룹주와 현대차그룹주가 전반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것이 마이너스 수익률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16.84%), ‘현대현대그룹플러스(-16.51%) 등 현대차그룹주 펀드, ‘한국투자삼성그룹(-15.24%),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12.55%) 등 삼성그룹주 펀드의 투자 성과도 대부분 저조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테마나 업종에 치중된 펀드의 경우 일반주식형 펀드에 비해 리스크가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종목 구성 자체가 한정돼 있는 만큼, 굳이 액티브 펀드로 더 많은 운용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고르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프랭클린그로스 펀드도 최근 3년 -20.81%로 성과가 매우 저조했다. 프랭클린템플턴 자산운용의 경우 그로스 펀드 뿐만 아니라 ‘베스트초이스(-13.79%), ‘파워리서치(-13.54%) 등 국내주식형 펀드 대다수가 수익률이 부진해 포트폴리오 구성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국내시장 리서치 인력이 국내 운용사에 비해 크게 열세해 깊이 있는 종목 분석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우량주장기(-12.87%)와 ‘동부파워초이스(-12.26%)의 경우도 펀드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3년 수익률이 -10%를 하회했다. 벤치마크와 비교하면 15%포인트 가량 낮은 성과다.
‘한국투자한국의힘 펀드의 경우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 가운데 한 곳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불과 3년 전 단기 모멘텀이나 테마를 추종하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구조적인 성장주 중심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라며 강하게 추천했던 상품이다. 하지만 펀드 성과는 최근 3년 -10.10%, 최근 1년 -2.72% 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윤아 제로인 연구원은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 가운데 성과가 좋은 펀드들은 종목 선정이나 시장방향을 예측하는 리서치 하우스의 능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며 과거 성과가 미래 성과를 보증하지는 못하지만 검증된 리서치 하우스의 역량을 보고 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