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에 강남으로 이사가서, 44세에 더 넓은 집으로 갈아타고, 51세엔 강남을 탈출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근에서 전세사는 사람들, 이른바‘대전동 주민들의 주거 이동 패턴이 공개됐다.
8일 국토의 미래와 도시 경쟁력이란 주제로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정책세미나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 전체 전월세 거래량 3만300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강남구로 새로 진입하는 가구주 평균 연령은 39세, 계속 거주하는 경우는 44세, 강남구 밖으로 전출하는 경우에는 51세로 연령별로 뚜렷한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강남구로 첫 진입할 때 전세보증금은 평균 3억1000만원대이지만 강남구에 계속 살면서 집을 옮긴 경우는 전세보증금 4억원으로 1억원 가까이 껑충 뛰었다. 그러다 강남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간 경우에는 전세보증금이 2억1000만원대로 훌쩍 낮아졌다. 또 평균 주택규모도 각각 59㎡, 73㎡, 63㎡로 차이를 드러냈다.
통상 30대초반을 전후해 결혼을 해서 첫아이를 낳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해서 강남으로 이사를 가고 중학교에 갈 무렵 무리를 해서라도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그리고 아이 대학 진학과 함께 강남을 떠나 더 작고 싼 전세집으로 옮기는 셈이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자녀 교육을 위하여 강남에 진입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서 자녀 교육에 대한 필요가 누그러지는 경우 강남 밖으로 전출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 신규 진입자와 기존 거주자간에 전월세 정보에 대한 엄연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에 계속 거주하는 경우에는 전세 65%, 월세 35%로 전세비중이 높다. 강남구에 거주하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전세비중이 64%에 달한다. 하지만 강남구 신규 진입의 경우에는 전세 52%, 월세가 48%로 상대적으로 전세 비중이 낮다. 박 연구위원은 세입자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훨씬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규 진입자와 기존 거주자간에 동네 정보에 대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한번 강남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가 매우 힘들다는 속어가 꼭 틀린 말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분석결과는 분당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강남에 비해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진입해 더 오래 머물다가 조금 늦게 분당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금액도 전체적으로 더 낮아 진입할 때는 2억5000만원, 머물때는 3억원, 나갈때는 1억7000만원 수준이었다.한편 서울에서 3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전세 비중은 지난 2012년 28%에서 2014년에는 46%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3억원 이상 고가 전세 비중은 9%에서 19%로 2배 이상 늘었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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