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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장수상회’, 황혼 로맨스에 코웃음? 뒤통수 조심
입력 2015-04-06 10:38 
박근형-윤여정 조합으로도 설렘과 기대감 유발

강제규 감독의 변신, 반전 효과 탁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70세 연애 초보 할아버지의 황혼 로맨스로 설명되는 영화 ‘장수상회는 20~30대 관객에게 그리 호감은 아니다. 관심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코웃음까지 칠 법하다.
영화를 보면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눈동자가 흔들리고, 주룩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흘리게 하고, 또 웃음을 주는 장면이 많다. 물론 뜬금없는 상황 반전에 놀라며 어이없어하는 관객도 있을지 모른다. 상황을 설명하는 강제규 감독의 스타일이 매끄럽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반부 감정에 호소, 관객을 감탄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전 전개인 게 흥미롭다.
서울 강북 수유동의 한 슈퍼마켓, 장수마트에서 일하는 성격 괴팍하고 깐깐한 70세 할아버지 성칠(박근형). 재개발을 원하는 동네 사람들과 달리 유일한 반대자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할머니 임금님(윤여정)과 마주한다. 자꾸 곁눈질하고, 금님의 꽃집에 눈길이 간다. 성칠에게도 점점 변화가 생긴다.
마트 사장 장수(조진웅)에게 도움을 받아 데이트 매너를 배우는 성칠. 얼마 전, 주인도 없는 자기 집에서 나오는 금님을 경찰에 신고한 건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사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예쁘다고 하라”는 장수의 조언에 내가 왜 그런 소리를 해야 하느냐. 밥도 사는데”라고 하면서도, 수줍게 똑같은 말을 건넨다. 스테이크는 무조건 ‘미디움으로 시키고, 와인은 원샷, 계산은 쿠폰 없이 일시불, 그리고 사인은 힘있게 쓱쓱~! 장수의 조언대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두 어르신의 ‘밀당 데이트는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다. 두 사람은 점점 친해지게 되고, 관계는 깊어진다. 젊은 친구들과 별다를 게 없는 데이트 장면이지만 웃음을 전하는데, 어느 순간 반전이다. 마트 사장 장수가 할아버지의 데이트를 도와주고 항상 배려해주는 건 성칠의 마음을 돌려 재개발에 인감도장을 찍게 하려는 것이었고, 금님 역시 장수와 아는 사이였다. 그런데 또 다른 반전이 숨어 있다. 초반부터 사람들의 행동이 어색하게 보이거나, ‘왜 저렇게까지 하나?하는 부분들이 모두 설명이 된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 스케일 큰 영화를 만들어냈던 강제규 감독은 부담감이 엄청 났을 텐데, 적은 비용으로 로맨스와 감동 드라마를 영리하게 펼쳐냈다. 한 번쯤 더 영화를 관람하게 하는 복선들이 꽤 깔렸다.
‘장수상회는 배우들의 연기, 특히 두 노년의 배우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다. 다른 배우들이 가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괜히 베테랑 연기자가 아니다. ‘어디 한 번 웃겨(혹은 울려)봐라라는 생각을 한 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많은 관객이 배우들에게 설득돼 웃음 짓고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물론 끝까지 달려가야 첫 장면과 맞물려 감동의 지점에 도달한다. 112분. 12세 이상 관람가. 9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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