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탈출은 했지만"…갈 곳 없는 남성 장애인 피해자들
입력 2015-04-04 20:26  | 수정 2015-04-04 20:31
【 앵커멘트 】
얼마 전, 부인과 아들을 30년이나 폭행해온 아버지가 벌금 2백만 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는 소식, 저희 MBN이 단독보도해 드렸는데요.
알고 보니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피해자인 아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왜 그런 건지 이도성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기자 】
30년 동안 셀 수도 없을 만큼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 온 지체장애인 36살 박 모 씨.

범행이 드러나 아버지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벌금형에 그치면서 결국 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였던 박 씨가 갈 수 있는 곳은 마땅히 없었습니다.


범죄 피해자 보호시설엔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하고,

기존 장애인 보호시설엔 심리 치료나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 씨에게 정말 필요한 건 두 시설을 합친 장애인 범죄 피해자 쉼터.

하지만, 이런 쉼터는 전국에 11곳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여성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에서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새로운 쉼터를 만들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운영이 힘든 상황.

결국, 박 씨 같은 남성 피해자는 머무를 곳이 없는 셈입니다.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남성 장애인 피해자들.

그 실태를 김근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아 장애인 시설에서 자란 지적장애인 20대 권 모 씨.

시설에선 성추행과 폭행이 빈번하게 벌어졌고 권 씨는 결국 시설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 인터뷰 : 권 모 씨 / 지적장애인
- "때리고 일부러 트집 잡아서 맞은 적도 있어요. 일부러 트집 잡고 해코지하거나."

하지만, 폭력을 피해 나온 권 씨를 기다리는 건 노숙인 생활이었습니다.

장애인 피해자 쉼터는 성폭력과 가정폭력법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남성 장애인인 권 씨가 갈 곳이 없었던 겁니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염전 노예 피해자들도 마찬가지.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해 상당수가 다시 염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인터뷰(☎) : 박수인 / 전남 장애인인권센터 팀장
- "피해 지원을 받을 만한 공간이 없었고 제대로 된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니 거기로 다시 들어가 계신 거예요. 올해도 염전에서 계속 나오고 계세요. 어디로 모셔야 하나."

서울 도봉동에 위치한 이 장애인시설 역시 지난해 장애인을 폭행하고 학대한 혐의로 고발됐지만,

오히려 장애인 부모들이 나서서 시설을 폐쇄하면 갈 곳이 없다고 행정조치에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김강원 /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 "트라우마나 상처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쉼터도 없거니와 장애인에게 맞춰진 치료나 회복 프로그램도 구비되지 않은…."

장애인 피해자 쉼터에 대한 관련 법률 개정과 함께 남성 장애인 피해자도 보호할 수 있는 쉼터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김근희입니다.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 김연만 VJ
영상편집 : 원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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