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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힘’ 빼니 ‘돌직구’가 살아났다
입력 2015-04-04 06:29 
3일 일본 도쿄돔에서 2015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日 도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안준철 기자] 힘 빼고 던졌습니다.”
‘끝판대장 오승환(33·한신 타이거즈)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9회를 지워버렸다.
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신과 요미우리의 정규시즌 팀간 1차전에서 오승환이 뒷문을 지킨 한신이 4-2로 승리했다. 오승환은 1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시즌 3세이브째와 함께 평균자책점을 1.80으로 낮췄다. 투구수는 16개.
완벽한 피칭이었다. 올 시즌 등판한 5경기 중 처음으로 삼자범퇴를 만들어냈다. 오승환은 첫 타자 프레데렉 세페다와는 직구로만 승부했다. 첫 구가 높이 들어와 볼이 들어왔지만, 이어 낮게 깔리면서 들어오는 직구에 세페다의 배트가 밀리며 파울이 됐다. 오승환은 149km 돌직구로 세페다의 헛방망이를 이끌어낸 뒤 역시 같은 코스로 149km 돌직구를 다시 던져, 좌익수 플라이를 이끌어냈다.
다음 타자 무라타 슈이치와는 길고 긴 승부가 펼쳐졌다. 초구 역시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바깥쪽으로 빠르게 휘어져 나가는 144km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며 투낫싱을 만들었다. 3구째 151km 직구는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와 볼이 됐지만, 이후 8구째까지 직구 승부를 펼쳤고, 무라타는 커트하는 데 급급했다. 결국 오승환이 이겼다. 오승환은 바깥쪽에 낮게 깔리는 153km 돌직구로 던졌고, 무라타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삼진. 이날 경기 오승환의 피칭 중 가장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후속타자 가메이 요시유키와의 승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역시 돌직구였다. 첫 구 146km짜리 직구가 바깥쪽으로 흘러갔지만, 146km의 높은 코스로 파울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다시 151km짜리 높은 직구를 던져 좌익수 플라이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전 경기처럼 안타를 내주거나 볼넷을 내주며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장면은 없었다. 오승환이 있기에 요미우리의 9회는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점수를 내보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조차 뭉개버리는 ‘끝판대장으로서의 위엄이 살아났다.
오승환도 자신의 시즌 첫 삼자범퇴 경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 후 만난 오승환은 무엇보다 삼자범퇴라는 게 의미있다. 그 동안 안타를 너무 많이 맞아서 스스로도 마음에 안들었다. 마무리 투수로서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완벽한 피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힘을 빼서. 오승환은 이전 경기에서는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힘을 빼고 던지려고 했는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한국시절부터 슬로우스타터로 유명했는데 개막 후 7경기에서 5경기 등판해 3세이브를 올려 초반 페이스가 빠른 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미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이브 숫자에 신경쓰지 않고, 팀 승리를 묵묵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엿 볼 수 있는 말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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