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문재인 대표,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어설까?
입력 2015-04-02 17:40  | 수정 2015-04-02 17:59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마음이 급합니다.

오늘 저녁 전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초청해 이번 재보궐선거 문제를 논의하려 했지만, 쉽게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문 대표는 지난 전당 대회에 출마하면서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자신 앞에 놓여 있다고 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2월5일)
- "이번에 당 대표가 안되어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다음 제 역할은 없다.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제 앞에 있다"

당 대표가 되었으니 첫 번째 죽을 고비는 무사히 넘겼습니다.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까라는 고비는 지금 한창 넘고 있습니다.

일단 대표 취임 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30%를 오르내리는 것까지는 순탄했습니다.

당이 살아났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것입니다.

정말 당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선거에서 이겨야 합니다.

문 대표가 맞는 첫 번째 선거가 바로 이번 4.29 재보궐 선거입니다.

하지만, 전망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친정'을 탈당한 정동영, 천정배 두 후보가 야권의 표를 분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람의 반란을 막으려면 호남 출신 지도자와 조직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다급해진 문 대표가 최근 광주를 두 번이나 찾았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어제_
- "광주시민여러분께서 박 정부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십시오. 우리 당이 변화와 혁신으로 총선 승리 정권 교체의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호남 표심의 지지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호남 출신 지도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동교동계가 나서야 하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표가 영수회담을 앞두고 박지원, 안철수 두 사람과 만났을 때 얘기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 (3월 13일)
- "박근혜 대통령과 회동을 앞두고, 대통령과 회동했던 경험이 있는 우리 전임 대표님들에게 자문하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다들 아주 좋은 말씀, 제게 도움되는 말씀 많이 해주셨고요."

▶ 인터뷰 : 박지원 / 새정치연합 의원 (3월 13일)
-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지. (그래도 조금만….) 내가 얘기할 게…."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의원 (3월 13일)
- "다른 대표들은 뭐라고 할까요. 주의해야 할 점들, 그리고 경험들. 다 이렇게 한 분씩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원래 소통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소통이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서로 이야기를 잘 나누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오늘도 이런 조언을 얻기 위해 문 대표가 저녁 한 끼에 24만 원이나 하는 비싼 중식당으로 이들을 초대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림이 들립니다.

박지원 의원은 특강이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김한길 전 대표는 목감기가 심하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문 대표로서는 무척이나 서운할 법합니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도 김한길 전 대표도 결국은 이번 선거를 도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번 선거는 문 대표 개인의 선거가 아니라, 당의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도왔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개인의 이해득실보다는 당의 공식 선거를 돕지 않았을 때 쏟아질 비난의 무게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시기 문제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문 대표가 배짱으로 이들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결국, 도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하는, 이들을 보다 추켜세우는 모양새를 취해야 합니다.

이들이 적극 선거를 도울 수 있도록 비노계를 잘 아울러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이 선거판으로 돌아오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고, 선거 패배의 확률은 그만큼 낮아질 겁니다.

사면초가에 빠진 문 대표에게 안철수 전 대표의 참여는 큰 힘이 될 겁니다.

안 전 대표는 왜 선거를 적극 돕겠다고 했을까요?

정치공학적으로 보자면, 안 전 대표의 행보에는 지지부진한 지지율로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안 전 대표는 5.4%로 홍준표 경남지사에도 뒤졌습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30%가 넘으며 압도적 1위를 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법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안철수 전 대표로서는 잊혀지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이 화면에 많이 비춰져야합니다.

정치적 실리도 있습니다.

비노계와 호남세력과 달리 계파 논리에 갇히지 않는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 대표와 맞서기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이미지를 비춤으로써 지지율 동반 상승을 꾀할 수 있습니다.

문 대표가 안 되기를 바라면서 돕지 않는다면 더 큰 후폭풍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 크게 같이 가면서 나중에 기회를 보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를 죽을 고비에서 구해주면 그 은공이 안 전 대표를 빛내게 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돕든, 문 대표로서는 사지에서 자신을 구해줄 한 명의 손길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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