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르트의 마지막 결심은 소설쓰기였다
입력 2015-04-01 17:09 

1978년 4월 15일, 롤랑 바르트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로 실의와 권태에 빠져있던 차였다. 텅 빈 아파트에 돌아왔을때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문학에 입문하자, 글쓰기에 입문하자.” 그는 강의와 일을 하나의 문학적 기획에 투사하자는 결심을 하고, ‘새로운 삶(Vita Nova)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이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1980년 2월 27일 콜레주 드 프랑스 앞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한달 뒤 3월 26일 그는 세상을 떠났다. 뼈대만을 어느 정도 세운 소설의 구상은 그의 마지막 강의에만 고스란히 녹아들어갔다.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이론가,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육성을 담은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민음사)가 번역 출간됐다. 올해 탄생 100주년를 맞아 그가 1978~1980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와 세미나의 녹취록을 담아 프랑스 쇠이유 출판사에서 나온 유고저작 ‘소설의 준비 1, 2권을 묶어 출간한 것이다.
마지막 강의는 ‘소설 창작의 모든 것을 다뤘다. 글쓰기의 욕망, 이 욕망을 관통하는 환상,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전과정을 아우른다. 글쓰기가 이뤄지는 장소, 도구 소품에 대한 성찰은 물론 단테 프루스트 플로베르 보들레르 발레리 블랑쇼 카프카 등 시대의 거장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바르트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소설의 모습 중 하나로 일본의 ‘하이쿠를 꼽는다. 자신이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기억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할 수 없음을 알게 된뒤 그는 과거보다 현재, 현재 중에서도 ‘어떤 한 사물의 본질이 현현(顯現)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글쓰기에 주목한다. 그렇게 주목하게 된 것이 일본의 단시, 하이쿠와 같은 형태였다.
바르트는 70년대 ‘작가의 죽음을 선언한 이론가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는 과거와 완전한 대척지점에 있다”고 말하면서 ‘작가의 귀환을 선언한다. 작가의 삶 자체가 작품에 녹아드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그는 쓰기 행위는 작가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한동안 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사실에 대한 기억과 증언, 곧 그들을 ‘불멸화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았다. 쓰기는 그에게 곧 ‘구원이었다.
글쓰기의 쾌락, 글쓰기의 행복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글쓰기의 발견 말고는 다른 새로운 삶이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소설도, 혼신의 힘을 기울여 준비한 강의 ‘소설의 준비도 마무리하지 못한채 바르트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가 떠난 뒤 타자기에는 스탕달에 대해 진행하던 연구의 원고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그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데 실패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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