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흥국 외환보유 규모 20년만에 첫 감소
입력 2015-04-01 11:09 

신흥국들의 외환보유 규모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수출 경쟁력 저하에 따른 무역흑자 감소와 달러 강세로 인한 자국통화 가치 하락방어 등이 겹쳐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7조7400억달러로 전년보다 1145억달러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IMF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5년 이후 처음 감소한 것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2분기 8조6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계속 감소세를 보였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신흥국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은 신흥국 외환보유고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며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고 이날 전했다.
과거 신흥국들은 대규모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과 채권 투자자금 유입 및 직접투자 자금 유입, 자국통화 강세를 방어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인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또한 이 자금은 미국과 유럽 등의 국채를 매입하는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선순환을 이끌었다.

신흥국들의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게 되면 미국 및 유럽채권을 매입하는 능력도 약화된다. 신흥국이 미국 및 유럽채권을 매입한 것은 지난 10년 간 서방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다. FT는 그러나 신흥국들이 경쟁력 약화, 자본이탈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환보유액도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해 외환보유액 감소는 신흥국의 고속 성장세가 한 풀 꺾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신흥국 외환보유고 감소세는 더욱 가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마르틴 장바쿰 ING투자자문 신흥시장 전략가는 지난해 6월 정점을 찍은 뒤 신흥국 외환보유액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멕시코와 인도, 인도네시아 감소액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 모두 자국통화가 달러화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국가들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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