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5월 9일 러시아 제2차세계대전 전승기념 행사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첫 해외방문 무대로 설정하고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30일 노동신문은 남북·국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 6면에 ‘로씨야(러시아)에서의 전승 70돌 경축행사 준비사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러시아측 준비상황과 행사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자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조국전쟁 승리의 날인 5월 9일을 계기로 해마다 여러 가지 경축행사를 진행해온 러시아지만 이번에는 보다 큰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경축행사들의 의의를 더욱 부각하기 위해 러시아는 수십 개 나라 국가수반들과 국제기구책임자들에게 전승절 경축행사 초청장을 보냈다”며 벌써 많은 나라 지도자들이 행사에 참가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문은 러시아는 전승 70돌 경축 행사들을 통해 자국에 대한 제재와 압력에 더욱 집착하고있는 지배주의 세력 앞에서 나라의 잠재력과 단결력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며 최근 크림반도 사태 등으로 인해 러시아가 겪고 있는 제제의 ‘부당성을 암시했다. 러시아가 받는 제재가 부당하다는 점을 암시해 핵·미사일·인권 문제 등으로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자신들과의 국제정치적·심리적 유대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서 5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될 전승 70주년 기념행사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구나 관련 보도에서 ‘벌써 많은 나라 지도자들이 행사에 참가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서술한 부분은 향후 김 제1비서의 참가 결정 발표때 주요한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러시아는 대통령궁과 외교당국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전승 기념행사 참석이 확인됐다”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측에서는 이에 대해 그동안 가타부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가 이날 노동신문 보도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우리 정부에서도 김 제1비서의 5월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9일 방영된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 전체적으로는 (김 제1비서의) 참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북측) 참석 여부가 우리 정상의 참석 여부를 판단하는 데 주요 고려사항은 아니며 그보다는 빡빡한 외교 일정, 국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체제 속성상 북한은 앞으로 신문·TV를 통해 과거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러시아 방문을 담은 기록영화, 당시에 작곡된 찬양가 등을 내보내며 김 제1비서 방러에 대한 암시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측의 김 제1비서 러시아 방문 발표시기와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러시아에 답을 주지 않고 침묵을 지키다가 몸값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에 맞춰 방러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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