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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D-2] 타고투저 계속? 투수들의 반격?
입력 2015-03-26 06:54  | 수정 2015-03-26 06:57
2014년 7월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난타전 양상이었다. 거기에 쏟아진 사사구와 볼넷, 선수교체 등으로 오후 11시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지난해 KBO리그는 역대 유례없는 타고투저 시즌을 겪었다. 전체 9개팀의 팀타율이 2할8푼9리에 달했고 팀 평균자책점은 5.21을 기록했다.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36명에 달했을 정도로 타고투저가 극심했다. 144경기 10개 구단 체제로 치러지는 올해는 과연 타고투저가 계속될까. 혹은 투수들의 반격이 시작될까.
▲ S존 확대, 아직은 체감 효과 적어
지난해 이어진 타고투저 현상에 대해 KBO도 대책을 내놓았다. 바로 좁았다는 인식이 많았던 지난해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는 것이다. 골자는 좌우폭은 유지하되 높은 코스로 공 하나에서 반개 정도를 넓히는 것이었다. 외국에 비해서도 유독 좁게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만큼 이 변화만으로 타고투저는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의 체감은 어떨까. 아직은 미미한 것 같다는 것이 공통의 설명. 단 심판진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두려움이 있어 답변자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한다.
올해 새롭게 마이크를 잡게 된 A해설위원은 시범경기에서 스트라이크존이 확대 시행된 판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늘어난 것 같았던 스트라이크존이 방송 중계가 시작되면서 다시 축소됐다. 이대로라면 예전과 다를 것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유명한 B선수 또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 스트라이크 존 위쪽이 늘어났다는 확실한 심증이 없는 이상 섣불리 그쪽을 공략하기 힘들 것 같다. 자칫하면 장타를 맞을 수 있다. 우리 팀 투수들의 전반적인 의견도 스트라이크존이 늘었다는 것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여러 감독들의 의견 역시 회의적이었다. C감독은 스트라이크존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지난해와 차이가 없다”고 단언했다. C감독은 전지훈련 때 심판부에 확인하니 위쪽을 후하게 보겠다고 하던데, 결국에는 심판들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심판들의 성향을 확인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D투수코치는 이러면 애들(투수)이 다시 고전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확실히 높은 쪽 존에는 상당히 후하다. 하지만 한국은 높은 쪽 변화구에 대해서 상당히 인색하다. 좌우폭도 확실히 좁은 편이다. 리그 차원에서 스트라이크존을 한 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강도 높게 현 스트라이크존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높은 타율을 기록한 한 타자의 의견은 약간 달랐다. E타자는 조금 늘어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지난해도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스트라이크존이 다소 탄력적으로 적용됐는데 올해는 거기서 아주 조금 더 늘어난 느낌”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의 F단장 역시 체감하기에 약간은 늘어난 느낌이다. 투수들이 아무래도 조금은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전반적인 체감 효과는 적었다. 시범경기에서는 그리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자들이 많았다. 다만 심판의 경향에 따라 위쪽을 다소 후하게 잡아주려는 인상을 받았다거나 미미한 정도로 늘어난 것 같다는 의견도 꽤 됐다.
이런 의견들에 대해 G심판은 기본적으로 높은 쪽의 스트라이크존이 지난해 다소 줄어든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예전처럼 더 높게 보자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합의 됐다. 이에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거쳐 적용해가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이란 것이 자로 잰 듯이 정확하게 일괄적으로 규정짓기 힘든 문제다. 분명한 것은 심판들 역시 야구계의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해 스트라이크존을 정확하게, 그리고 다소 유연하게 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 투수들의 반격, 본질은 다른 측면에 있다?
H해설위원은 스트라이크존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투수들 스스로에게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해설위원을 비롯한 많은 현장의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투수들의 능력이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수들의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견.
스피드업 룰이나 스트라이크존 확대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 본질은 좋은 투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투수들이 확연히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배트 등의 타격 장비들도 발전하고 타자들은 체계적인 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통해 확실히 파워를 보강하고 있는데 그에 반해 투수들은 아직 발전 속도가 늦다. 미국의 경우 많은 투수들이 타자들에 맞서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구질들을 장착하고 무브먼트를 증대 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그런 변화들이 늦다. 더해서 스트라이크존이 다소 확대 된다고 해도 위기 상황이 오면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이 많은데 외부적인 변화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시스템의 측면에서 144경기 체제 속 5선발 혹은 6선발 기용이 올해 마운드의 양상을 바꿀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I감독은 지난해 홀수 체제로 운용될 때처럼 휴식기가 없어서 연속 6일씩 계속 경기를 해야 한다면 결국 마운드 싸움이 되지 않겠나. 5선발을 제대로 잘 유지할 수 있는 팀이 많아야 타고투저 흐름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휴식기에 따라 3선발 혹은 4선발로도 충분히 운용 가능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더 많은 선발 투수가 탄생하게 된다. 결국 1~3선발의 프런트 라인이 아닌 4~5선발들이 마운드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타고투저가 둔화되거나 혹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J타격 코치는 승부처에서 한국은 투수들을 괴롭히는 타격을 한다. 볼을 많이 지켜보게 하고 작전 야구를 한다. 설령 장타를 못 때려 적은 점수가 나더라도 팀배팅을 강조한다. 그런 전략을 벤치에서 정해 타자가 잘 수행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것에 대해서 관대한 경향이 있다. 반면에 투수들의 경우에는 정면승부를 펼치다 실패했을 때 교체 등에서 조금 가혹한 면이 있다. 그것 때문에 도망가는 투수도 있다고 본다. 현장의 판단이 우선이지만 조금 더 유연한 환경에서 투수들을 봐라보는 것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명투수 출신의 K 야구인은 여러 특급 선수들이 노쇠화 됐거나 해외로 이적하면서 한국 마운드의 질은 사실 상당히 약화됐다. 투수들만의 문제는 분명 아니다. 지도자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요즘은 투수들 개인에게 너무나 많은 자율을 부과하고 있다. 과거 강조했던 기본기와 하체 운동 등의 간단하지만 중요한 본질을 다시 되찾을 필요가 있다. 멘탈트레이닝 등의 보편화된 새로운 트레이닝 방법도 확대 도입될 필요가 있다. 타고투저의 본질은 결국 시대의 흐름을 쫓는 투수들의 발전에 있다고 본다. 현장의 인위적인 제한보다 투수들의 성장과 변화가 장기적으로 더 의미 있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반적인 인식은 올해 타고투저가 그래도 약간은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 하지만 조금 더 이런 경향을 지켜봐야 된다는 의견 역시 많았다. 분명한 것은 타고투저와 투고타저는 역대 많은 시기를 두고 교차 반복됐다는 점이다.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KBO리그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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