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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골프왕] 바로 앞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자
입력 2015-03-25 08:50 
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둬 아시아 최다승을 기록 중이지만 과감한 스윙교정을 통해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는 최경주. 사진(美 캘리포니아)=AFPBBNews=News1
한국의 주니어 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적에만 급급한 채 단기적인 성과에만 전념한다는 점이다.
물론 골프를 시작해 짧은 시간에 우승을 차지하는 등 주목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부모의 과잉 간섭과 주입식 교육은 단기적으로 눈앞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겠지만 선수 생활 전체를 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되곤 한다.
몇 년 전 아카데미를 찾아온 한 주니어 선수의 일화를 소개한다. 당시 아마추어 골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었지만 골프의 기초가 잘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감에만 유지하는 스윙을 하고 있었다.
미래를 위해 선수의 부모에게 스윙 교정을 권했지만 ‘지금도 잘하는 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며 거절했고 잠시 뒤 이곳을 떠났다.
그러던 얼마 전 그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 실력은 갖췄던 탓에 프로로 전향했지만 아직 그가 그토록 바라던 투어 시드를 획득하지 못한 채 수년 간 시드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충분한 재능을 가졌던 그가 바로 앞만 보지 말고 길고 먼 미래를 위해 스윙 교정을 택했다면 지금쯤 유명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한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선수보다는 부모의 그릇된 생각 때문에 일어난다. 골프선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특히 1년에 몇 천 만원을 써야 됨에 따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성적을 거둬 국가대표에 뽑히기를 1차 목표로 삼는다. 국가대표에 선발되면 많은 지원을 받게 되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능과 노력을 바탕으로 삼아 실력을 키워 국가대표에 선발되면 최상의 길을 걷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 발탁을 위해서 성적에만 연연해 자녀의 스윙과 몸을 망가뜨리는 일은 피해야 한다.
부모의 잘못된 욕심은 아이에게 돌아간다. 어렸을 적부터 국가대표에 뽑혀야 한다는 세뇌(?)를 받은 아이는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후가 문제다. 골프를 시작해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이 최종 목표로 착각한 탓에 이때부터 골프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부터 스윙 교정중인 한 선수는 처음 찾아왔을 때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우선 자신의 스윙에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곤 했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애석하게 아직 우승 소식은 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는 충분히 그토록 바라던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볼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내 스윙이 이렇게 좋지 않다는 걸 이제야 느끼고 있다. 어렸을 적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스윙의 기본에 충실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나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후배들에게 바로 앞만 보지 말고 차근차근 문제점을 고치면서 미래를 대비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습관은 투어 프로가 되어서도 이어가야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8승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다승을 보유하고 있는 최경주(45)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윙 교정을 통해 끊임없는 변화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최경주가 만약 현실에 안주했다면 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글·조태형 태광 골프아카데미 프로 / 정리·매경닷컴 MK스포츠 유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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