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디자인 강국 독일 ‘빨리빨리’가 없다
입력 2015-03-24 14:47 

제품을 디자인하기까지 보장받은 기간은 3년, 해외 답사를 통해 보다 생생한 정보까지 직접 챙길 수 있었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디자인 기업 파일럿피쉬(Pilotfish). 이 곳에 모인 16명의 한국의 대표 디자이너들은 현지 직원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례발표 시간으로 접어들면서 열기는 한층 더해졌다. 파일럿피쉬는 최근 스위스의 한 시계업체로 부터 디자인을 의뢰받아 이슬람 신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계를 디자인했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부러움을 샀던 대목은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무슬림용 시계가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 업체는 파일럿피쉬에 개발기간 3년을 보장했고 이슬람 현지인들로부터 생생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현지 탐방을 지원하기도 했다.
파일럿피쉬 관계자는 무슬림은 하루에 보통 5번 기도를 하는데 해의 위치에 따라 기도시간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며 이런 기능을 충족하고 그들이 원하는 최적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현지 탐방은 물론 각종 전문서적을 찾아가며 제품을 디자인 했다”고 밝혔다.
파일럿피쉬는 의뢰받은 제품을 디자인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내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각종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 가령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면 그에 맞는 음악이 나온다면 어떨까라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 역시 실제 제품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파일럿피쉬는 이렇게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 지멘스, BMW미니 등의 유명 제품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디자인 기업들의 우수한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실제 제품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디자인기업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정민현 인디자인 대표는 국내 디자인 기업들이 외국 업체에 비해 아이디어가 부족하거나 방법론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적은 예산으로 3개월 안에 빨리 디자인할 수 있도록 요구받는 상황에서 양질의 디자인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송효식 한국디자인진흥원 단장은 국내 우수한 디자인 기업들도 풍부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여건이 아직 여의치 않다”며 선진 기업의 노하우와 각종 방법을 습득해 최종적으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디자인기업 역량강화 사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업은 단계별로 △창조기업 △선도기업 △글로벌기업으로 나눠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디자인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뮌헨에 모인 16명도 이 사업에 최종 선정된 회사의 디자이너들이다. 워크숍에 참가한 한국 디자이너들은 향후 제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디자인인 만큼 이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뮌헨(독일)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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