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종열의 진짜타자] ‘부드러운 남자’ 서건창, 컨택능력의 비밀
입력 2015-03-24 07:01  | 수정 2015-03-24 16:42
사진=MK스포츠 DB
‘야구, 어렵지 않다. 친절한 해설과 함께라면.‘
야구를 이해하는 다양한 시각과 함께 하는 MK스포츠가 2015시즌의 첫 기획으로 이종열 최원호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해하기 쉽고 전문적인 해설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두 해설위원들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프로야구 스타들의 투구와 타격을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특히 두 위원과 함께 야구선수들의 기술과 훈련법을 연구하고 있는 운동역학 강영석 박사의 ‘포인트 역학이 매회 곁들여지면서 팬 여러분들의 ‘알고 보는 재미를 더해줄 것입니다. <편집자주>
타격에 대해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중심축이 고정돼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단단하게 중심을 지키고 서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받아치라고 한다.
정말 맞는 얘기일까, 혹은 언제나 맞는 얘기일까. 현실이 보여주는 답은 조금 다르다.
꼿꼿이 서있는 준비자세로 오해하지 말아야 할 타자, 서건창(26·넥센) 타격의 핵심은 유연함이다. 공의 코스, 구질에 반응하는 순간적인 중심축의 이동이 발군이다. 몸쪽 공에 단단하게 당겼던 중심을 바깥쪽 공에도 탄력적으로 이동한다.
이때 중심축의 전진은 기둥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그림이 아닌 용수철처럼 앞으로 튀어나가는 느낌이어야 한다. 축의 이동에도 몸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상하체가 유기적으로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서건창은 이 부분에서 완성도 높은 동적균형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몸쪽 공은 물론, 상당히 멀어 보였던 코스의 공도 막상 받아칠 때는 신기할 정도로 맞춤 궤적으로 때려낸 결과의 질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
서건창은 타격왕에 올랐던 지난 시즌, 홈런은 한 자릿수였지만(7개), 2루타(41개)와 3루타(17개) 개수에서는 리그 전체 1위였다. 특히 17개의 3루타는 2위 그룹(9개)의 곱절에 가까운 숫자였다. 그의 빠른 발도 큰 몫을 했겠지만, 중심에 정확히 맞힌 강한 타구가 많이 뻗어나간 것이 장타 가능성을 높여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들어오는 공에 반응하면서 중심축을 이동하라고 배우기는 쉽지 않다. 전통적인 야구 코치들의 가르침은 단단히 축을 잡고 서서 중심을 뒤에 두고 공을 때려내라는 것이다. 타격폼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정타가 나올 확률을 높이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투수가 으레 실투를 한다는 점, 타격은 가운데로 몰린 실투와 스트라이크를 받아치는 게 기본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그러나 막상 프로 무대에서 성공한 타자들 중에는 중심축의 유연한 이동을 장점으로 하는 경우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컨택트히팅 능력이 돋보이는 3할 타자들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다. 그들은 스트라이크나 한복판 실투뿐만 아니라, 살짝 걸친 외곽 공에도 스윙 궤적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인 타격을 할 수 있다.
보통의 선수들에게 정석으로 가르치기에는 어려운 방법이지만, 순발력과 균형 감각이 뛰어난 특별한 타자들이 재능과 훈련으로 완성해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SBS 해설위원)

이종열
1991~2010 LG 트윈스 선수, 2011~2012 LG 트윈스 코치, 2013~2014 미국 볼링그린 하이스쿨 타격코치
[그래픽=매경닷컴 MK스포츠 이주영 기자 / tmet231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