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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 中법인 팔겠다" PEF의 역습…두산 "우선매수 검토"
입력 2015-03-22 17:27  | 수정 2015-03-23 11:29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착기 생산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투자자들이 회사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가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ICC 지분 20%를 보유 중인 IMM PE, 미래에셋PE, 하나대투증권PE 등 3개 사모투자펀드(PEF)들은 CIMB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회사 지분 100%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현재 중국 내 인수후보자들을 상대로 인수 의향을 타진 중이다.
이들 PEF는 2011년 4월 3800억원에 두산 측으로부터 DICC 지분 20%를 매입했다. 재무적투자자 측 관계자는 "두산 측에 회사 매각에 나설 테니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며 "조만간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를 발송하고 매각공고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유 지분 20%에 불과한 재무적투자자들이 지분 100% 매각에 나서는 것은 투자계약서에 포함된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Drag Along) 조항 덕분이다. 이 조항은 상대방 지분을 끌어와 자신의 지분과 함께 묶어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이에 따라 지분 20%를 보유 중인 PEF들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80%를 묶어 팔 수 있다.
다만 두산 측은 경영권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두산인프라코어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국 굴착기 사업 철수를 거론하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회사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우선매수청구권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다만 매수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므로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는 매수자가 나타나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무적투자자들은 DICC의 기업공개(IPO) 실패로 투자금 회수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투자유치 당시 2014년 4월까지 기업공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IPO가 예정대로 이뤄졌다면 재무적투자자들은 구주매출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건설경기 악화로 DICC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IPO는 연기됐다. 결국 재무적투자자들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994년 중국 옌타이에 설립된 DICC는 2000년대 들어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2011년 매출은 2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2012년 매출은 1조원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5647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일각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추진 중인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밥켓홀딩스의 8000억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가 DICC 매각 추진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모펀드들이 두산 측에 DICC 매각을 원치 않는다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지분을 되사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서다. 두산 측은 재무적투자자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보유 중인데, 행사가격은 재무적투자자 투자원금에 연복리 15% 수익을 얹어준 금액 또는 시장공정가치 중 낮은 가격으로 정해진다. 만약 연복리 15%로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재무적투자자 지분가격은 6400억여 원에 달한다. 다만 투자 당시 보다 매출 규모가 크게 줄어든 만큼 시장공정가치로 따질 경우 지분 가격은 2000억원 대로 내려갈 수도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에대해 "밥켓 투자 유치는 DICC 매각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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