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화 캠핑장 화재 '의인' 박흥씨 "너무 안타까워"
입력 2015-03-22 14:32 
"소화기 작동 안돼"…불길 텐트 열고 8세 아동 구조

22일 새벽 인천시 강화군 동막해수욕장 인근 캠핑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을 뻔한 8세 어린이를 구조한 박흥(42)씨는 "같은 아버지 입장에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와 화재로 숨진 옆 텐트 가족과) 서로 대화는 없었지만, 잠시 봤는데 (숨진 분이) 아이들한테 잘해주고 자상한 것 같았다"며 피해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아들·딸과 함께 이 캠핑장에 놀러온 박씨는 화재가 발생한 이모(37·사망)씨의 텐트와 불과 1m 떨어진 텐트에 머물렀다가 화재를 목격, 이씨의 둘째 아들(8)을 불길에서 구조했습니다.

박씨는 "부인과 통화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나와보니 옆 텐트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며 "우리 애들을 급히 대피시키고 옆 텐트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입구 쪽에 앉아서 울고 있던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고 사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살신성인의 행위로 이 군의 목숨을 구한 그는 "밖에서 봤을 때 불길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래서 텐트를 열기 전에는 (이씨 일가족이) 살아계실줄 알았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밤이 되면서 날씨가 쌀쌀해 텐트 내에서는 난방 중이었다고 텐트 내 상황도 설명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뒤 불길은 상당히 진행됐고,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은 불을 끄거나 불이 더 번지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며 "주변 소화기를 사용하려했지만 작동이 안돼 소방관들이 오기 전까지 샤워장에 있는 물을 받아 불을 껐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초기 진화때는 캠핑장 관리인 한 명과 우리 가족만 있었다"며 "시간이 좀 지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화재진압을 도왔다"고도 했습니다.

구조 도중 손가락 등에 화상을 입은 박 씨는 이날 오전 6시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실에서 3시간 가량 치료받은 뒤 귀가했습니다.

이날 불로 구조된 이 군의 아버지(37), 형(11), 동생(6) 등 일가족 3명과 이씨 후배로 보이는 천모(36)씨와 아들 등 총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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